분노는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이국종, 분노 너머의 호소”

by 아우리

이국종 현 국군대전병원장이 최근 군의관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국내 의료계를 향해 쏟아낸 작심 발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조선 반도는 입만 터는 문과 놈들이 해 먹는 나라"라는 날 선 표현으로,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국내 유수의 대형 병원, 그리고 이를 둘러싼 공무원 사회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의 표현이 다소 과격했을지라도, 이 발언은 한국 의료계의 오래된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깊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사실 이국종 교수는 오랜 세월 한국 의료 현실의 변화를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싸워왔습니다. 그는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을 맡으며 열악한 의료 환경 속에서도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악전고투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병원장으로부터 "인간 같지도 않다"는 폭언을 듣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과 갈등을 겪어야 했습니다. 당시 그의 고뇌는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라는 그의 말에서 절실히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군의관 강연 자리에서 그는, 자신이 외상외과 의사로 평생을 바쳐 일했지만 바뀌는 건 하나도 없었고, 동료였던 고(故) 윤한덕 교수조차 과로로 세상을 떠났음을 비통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그가 던진 "탈조선"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희망이 없는 한국을 떠나라는 말로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여전히 국내 의료 환경의 변화를 촉구하는 마지막 절박한 호소가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듯 떠나라"라는 말 속에서 저는 그의 진심을 보았습니다. 그는 정말로 떠나기를 권한 것이 아니라,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가 이렇게까지 격정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는 오히려 의료 현실에 대한 마지막 기대가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절망의 외침이 남긴 메시지

의료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속한 수많은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의 불합리가 존재합니다.

크고 작은 부당함과 무관심이 쌓이고, 결국은 헌신적이고 선한 사람들이 떠나거나 지쳐 쓰러지는 상황을 반복적으로 목격합니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각자의 조직에서 더 이상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국종 교수의 이번 발언을 접하며, 우리는 다시금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는 희망이 없다고 외치지만, 역설적으로 그의 분노는 우리가 변화해야 할 이유이자 원동력입니다. 지금이라도 의료 현장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방치, 불합리한 관행들을 바로잡는 것이 그의 분노를 진정한 변화의 시작으로 바꾸는 길이 아닐까요.


우리가 되어야 할 ‘한 사람’

오랫동안 현실 개선을 외쳐온 한 의사의 울분을 단지 감정적 폭발로 치부하지 않고, 지금부터라도 그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구체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의 외침이 결코 헛되지 않기를, 그래서 다시는 이국종 같은 이들이 절망과 싸우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조직 안의 누군가가 먼저 말하고, 문제를 짚고, 흐름을 바꾸는 그 ‘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말의 칼날, 칼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