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손에서 흘러내리는 모래알처럼, 소중했던 것들이 하나둘 사라져 간다.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가슴이 뛰던 사람, 오래도록 간직할 거라 믿었던 약속, 헤어질 거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순간들. 하지만 사라진 것들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깊이 남겨지는 것들이 있다.
이별 후에도 남아 있는 익숙한 길, 누군가 떠난 자리에도 변함없이 울리는 저녁 종소리, 손끝에 남아 있는 온기처럼 희미하지만 지워지지 않는 감정들. 우리는 무언가를 잃을 때마다 동시에 무언가를 남긴다. 때로는 그것이 미련이고, 후회이며, 어쩌면 아직 끝내지 못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책장 사이에 끼워 둔 낡은 사진 한 장, 오래된 카페의 창가 자리, 문득 들려오는 노래 한 곡이 우리를 어느 순간으로 데려갈 때가 있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을 완전히 떠나보낸 적이 없었다. 다만 그것들이 우리 안에 다른 모습으로 자리 잡았을 뿐이다.
그러니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너무 슬퍼하지 말자.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여전히 우리 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어떤 기억은 희미해져 가지만, 어떤 감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때로는, 잃어버린 것들이 우리를 더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잃어버린 것들과 남겨진 것들 사이에서, 여전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