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면체 사랑 - 2부

일도의 트라우마

by 일도

일도의 트라우마


일도네 가족은 산 밑 작은 마을을 떠나 사 아래 평지로 이사했다. 아버지는 새로 들어선 2층짜리 극장 건물 일층 한켠에 세탁소를 열었다. 아래층은 여러 상가로 나누어져 있어 다양한 업종이 들어와 있다.


단칸짜리 1층 가게. 왼쪽엔 대형 다림질 탁자가 놓여 있었고, 그 위로는 비닐로 싸인 클리닝 옷들이 매달려 덜렁거렸다. 정면에는 수선용 재봉틀이 있었고, 그 뒤로 앉으면 재봉틀을 할 수 있는 높이로 구들방처럼 있었다. 부모는 그곳에 누워 잠을 잤다. 위층 다락방은 일도와 누나 삼이가 함께 눕기에도 빠듯한, 숨 막히게 좁은 공간이었다.


세탁소 옆 두세 칸 차지하는 상가는 극장 개봉을 알리는 전면 대형간판을 그리는 곳인데 일도는 가끔 그림 그리는 것을 구경하곤 했다.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술에 중독이 되어 있었다 한 달에 한 두 차례는 며칠씩이고 소주를 마셨다. 술을 마시면 잔소리가 심해졌고, 목소리가 커질수록 어머니는 점점 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물하 하씨, 문효공의 16대 손이야.”


아버지는 언제나 집에서 혼자 술을 드셨다. 술에 취하면 어김없이 이 말을 반복하며 중얼거렸다.


어느 밤, 다락방에서 싸움 소리를 듣던 일도는 이불을 걷어차고 내려갔다.

“아버지, 이제 그만 좀 하세요. 엄마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요?”

아버지는 취기에 젖은 눈으로 일도를 노려보았다.


“네가 뭘 알아? 옷이나 다리는 주제에.”
그리고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나는 문효공 16대 손이다”
“너는 턱도 업는 택굿나이야. (택도 없다는 말일 것이다.)”

그 말은 일도의 가슴 깊이 박혔다. 그러나 일도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버지도 턱 없이 사는 인생이잖아요. 그 택 없는 인생을 살고 있잖아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의 손이 일도의 뺨을 갈겼다. 통증은 소리보다 빠르게 퍼졌다. 어머니는 재빨리 몸을 돌려 일도를 감싸 안고, 그를 세탁소 뒤편으로 데려갔다.


그곳에서 그들은 낡은 깡통에 불을 피우고 서 있었다. 젖은 나무 타는 냄새가 일도의 뺨에 남은 열기와 뒤섞이며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어느 옆집 이웃에게 부탁했다며 일도와 삼이를 그곳으로 보냈다.


낯선 집에서의 잠은 일도의 자존감을 낮추었다. 일도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어쓰고, 숨을 쉴 때마다 울음을 삼켰다.

keyword
목, 일 연재
이전 20화다면체 사랑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