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은 모르겠고, 만두는 맛있었다
오늘은 이렇게 충분했어
오늘도 리키를 배웅한 뒤,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는다.
날씨는 맑고 쾌청한데, 머릿속은 복잡하다. 신톈디 첫 면접이 아무 소득 없이 끝난 후, 모든 일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해 불안감이 점점 커져만 간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내리고, 인터넷을 뒤적이며 현지 취업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모아 본다. 하지만 생각보다 현지 취업 시장은 훨씬 더 좋지 않은 상황이다. 그동안의 경력만 믿고, “뭐든지 잘 풀릴 거야”라고 기대했던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어 순간 자책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렇게 앉아 있기만 할 순 없다. 곧 '할 수 있는 일'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기 시작한다. 유튜브, 영상 편집, 글쓰기, 샤오홍슈, 자기 계발, 운동... 인터넷에는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유튜버 수익 월 000원!" 같은 자극적인 문구들이 쉴 새 없이 눈에 들어온다.
그 달콤한 캐치프레이즈에 슬며시 마음이 끌린다. 나도 혹시 채널을 만들면 구독자도 생기고, 수익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행복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안 하는 것보다 도전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 열심히 하다 보면 뭔가는 되겠지, 하는 근거 없는 기대가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이러한 기대는 내가 당장 시작할 수 있을 법한 일들을 끝없이 떠올리게 했다. 유튜브, 영상 편집, 글쓰기, 콘텐츠 기획…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건 오히려 나를 압도했다.
순간 갑자기 시간이 모자라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누군가는 부지런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만 같고, 나는 멈춰 서 있는 듯한 기분이 자꾸만 들었다. 무언가를 차곡차곡 쌓아야 할 것 같은 강박, 성과로 자신을 증명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 생산성이라는 이름의 조급함이 마음 구석구석을 조용히 조여 왔다.
그러다 문득 찾아오는 허탈함.
'이걸 왜 하려고 하지?' 그 물음 하나가 빠져 있었음을 깨닫는다.
돈을 벌기 위해서? 아니면 누군가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사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잃은 게 없는데, 마치 이미 뒤처진 사람처럼 굴고 있었다.
현실보다 더 빠르게, 더 가혹하게 나를 몰아붙이는 건 언제나 나 자신이었다.
잠깐 노트북을 덮고 의자에 기대 눈을 감는다. 천천히 한숨을 내쉬니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는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따뜻한 햇살이 방 안에 스며들어 있었고, 아까 내려두었던 차는 식어 있었다. 말없이 차 한 잔을 마신다. 다 식었지만, 그래도 맛은 있다. 생각하며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테이블을 한참 바라본다.
갑자기 배가 고파졌다. 긴장감에 허기도 잊고 있었다. 저번에 배달시켜 둔 만두가 냉장고 안에 남아 있었다. 전자레인지에 휘리릭 데운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만두를 바라봤다.
뽀얀 만두피에는 윤기가 흐르고, 속에 든 배추와 돼지고기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한 입 가득 넣고 천천히 음미했다. 모든 고민이 다 날아갈 듯한 맛이었다.
다시 한 입, 그리고 찬장에 채워둔 차가운 보리차를 꺼내 와 한 모금 마셨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
지금, 내가 이 시간에 앉아 맛있는 음식과 차를 마시며 소중한 사람과 함께 고요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것. 조급함이나 생산성이라는 이름으로는 환산할 수 없는, 가장 안전하고 따뜻한 감각이었다.
나는 그렇게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날들이 있다는 것.
쉬는 하루가 멈춤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도 나를 다그치고 있지 않다는 사실, 또 어쩌면 나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고 있었던 것뿐이라는 걸.
그런 하루를 보내고 나니,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이 더 진심으로 와닿았다. 내일은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지도 모르고, 아니면 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제는 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괜찮다고 느끼는 이 감정 하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걸.
이 쉼표가 멈춤이 아닌,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숨 고르기라는 것을.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조급함 사이, 따뜻한 만두 같은 하루가 되시길 :)
- 나미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