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을 깨우는 작은 낯섦

나를 깨우는 방법

by 나무를만지는



익숙하다는 건,
편안하다는 말일까.
아니면 무뎌졌다는 신호일까.

요즘 나는 자주, 그 사이 어딘가에 멈춰 선다.
늘 마시던 커피의 향이,
매일 걷던 길의 풍경이,
익숙한 얼굴의 웃음이
불현듯 흐릿하게 스쳐 간다.

처음엔 따뜻했던 것들.
지금은 어떤가.
설렘이 사라진 자리에 놓인 건,
무표정한 평온만이 남아있다.

익숙함은
삶을 포근히 감싸주는 담요 같지만
그 안에 오래 머무르다 보면
어느새 숨이 막힌다.

똑같은 시간에 울리는 알람,
똑같은 순서로 움직이는 아침의 루틴,
똑같은 말, 똑같은 표정들.
나는 이제 '괜찮다'는 말에 익숙해졌지만,
정말 괜찮은지는 나도 잘 모른다.

너무 오래 같은 자리에 머물면
스스로가
작고 단단한 돌처럼 굳어버리는 기분.
위안은 고요하지만,
고요 속에 오래 기대면 감각이 흐려진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작은 탈출을 연습한다.

걷던 길을 살짝 틀어
다른 골목으로 스며들고,
늘 듣던 음악을 잠시 꺼두고
낯선 선율을 들여본다.

커피를 멈추고
따뜻한 물을 마신다.
아무 일도 없던 오후에
갑자기 바다를 보러 나간다.

작은 낯섦이
굳어 있던 내 감각을
다시금 흔든다.

익숙함이 나를 감싸주던 시간은 고맙지만,
이제는 그 안에만 머무를 수 없다는 걸 안다.

때로는
틀에서 벗어나야
내가 살아 있다는 걸,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걸
비로소 느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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