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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 대한 생각

by 최재혁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로만 보면 이미 선진국이다. 국민소득은 3만 달러를 넘었고, 글로벌 무대에서 우리 기업의 존재감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민 개개인의 삶은 선진국답지 않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라는 자조가 일상이 되었고, 열심히 일해도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한숨은 이제 어느 세대나 공통적으로 내뱉는 문장이 됐다. 대한민국의 GDP는 커졌지만, 그 혜택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사실상 대부분은 그 혜택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


경제는 나와 관계없는 거대한 숫자의 나열이 아니다. 경제는 우리의 삶 그 자체다. 그런데 요즘 경제는 점점 국민의 삶과 괴리되고 있다. 돈이 돌지 않는다. 돌더라도 일부에게만 집중된다. 자본은 거대한 자본을 향해 달려가고, 개인은 그 흐름에 붙지 못한 채 점점 더 뒤처진다. 더 많은 돈이 더 많은 기회를 낳고, 그 기회가 더 큰 돈으로 되돌아오는 자본주의의 순환 속에서 노동의 가치는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 시대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신화를 무너뜨렸고, ‘열심히 해봤자’라는 허무를 남겼다.


그렇다고 경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오히려 지금 시대에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 경제다. 경제의 구조, 돈의 흐름, 기회의 배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르고 살아간다는 건, 계급표를 읽지 못한 채 입시 경쟁에 던져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경제는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인간의 욕망과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그 욕망은 정치, 사회, 문화와 밀접하게 얽혀 있다. 경제를 외면한 시민은 착취당하기 쉽고, 경제를 오해한 정치는 국민을 더 쉽게 속인다.


그래서 나는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다섯 가지 경제 구조를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독식 경제'는 자본이 모든 기회를 독점하는 현상이다. 경쟁은 사라지고, 살아남은 자만이 계속해서 생존하는 구조 속에서 공정은 형식만 남았다. 둘째, '유통 경제'는 돈이 돌아가는 길목에서 누가 이익을 가져가는지를 따진다. 유통의 권력을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소비자와 생산자의 삶이 달라진다.


셋째, '격차 경제'는 빈부격차와 기회 격차를 들여다본다.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를 넘어, 계층 간 이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구조를 분석한다. 넷째, '내수 경제'는 우리가 직접 살아가는 시장이다. 수출 중심 구조 속에 내수 시장은 외면당했고, 이는 자영업의 몰락과 일자리 불안을 불러왔다. 다섯째, '창업 경제'는 마지막 희망처럼 떠오르는 창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창업 역시 구조적 장벽이 존재하고, 자본 없는 도전은 낙오로 이어지기 쉽다.


경제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커피값, 월세 고지서, 알바 시급, 주식 시장의 흐름, 동네 가게의 폐업까지 모두 경제의 일부다. 경제를 이해하지 못하면 현실을 해석할 수 없고, 해석할 수 없으면 저항도 불가능하다.

이 장에서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의 실체를 파헤쳐 보고자 한다. 경제를 안다는 건 단순히 돈을 버는 방법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이 어떤 구조 속에 위치하는지를 인식하는 일이다. 이제 그 구조를 함께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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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수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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