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게를 내려놓고 숨을 다시 배우다

프리다이빙 도전기

by 제인

"잘 찍히고 싶으면 부력이랑 밸런스를 잘 잡아야지."


"그거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연습해야지."


제주도 다이빙에서 간신히 건져 낸, 다소 조신하게 모은 두 다리와 두 팔, 한결같은 쌍브이 포즈 이후 사진에 잘 찍히고 싶다는 이상한 열망이 생겼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목격한 이 아름다운 풍경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강사가 된 짝꿍은 지인들을 모아 스쿠버 모임을 만들었고, 나는 깍두기처럼 그들의 모임에 껴서 스킬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원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잠수풀장을 갔는데,

세상에나!!! 수영장을 처음 가본 나에게는 물이 너무너무 차가웠다.

코로나 정책으로 인하여 풀장 이용을 할 수 있는 인원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빙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와, 내가 모르는 세계가 여기에도 있었구나. 이렇게도 많은 사람들은 이미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고 있었구나.


놀라움을 잠시 거두고, 이를 악문 채 차가운 물에 몸을 담갔다. 다이빙 슈트를 입고 낑낑거리면서 장비 체결을 했다. 스쿠버 다이빙 장비는 공기통, BCD(부력조절장치), 레귤레이터(호흡기), 마스크, 핀, 웨이트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나는 초보였기 때문에 물에 가라앉기 위해서는 6kg의 웨이트를 착용해야 했고, 공기통이 보통 18kg이니까 다른 장비의 무게를 제외하고서도 24kg을 들고 왔다 갔다 할 줄 알아야 했다. 젊음을 제외하고는 내세울 만한 체력이 전혀 없었기에, 다이빙을 준비하는 과정과 연습을 끝내고 나서 정리하는 과정은 나에게 몹시도 고된 일이었다.


연습을 하고 난 후 지쳐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핀만 옆구리에 낀 채로 총총 사라지는 사람들이 보였다. 물속에서 하나의 줄을 두고 수직으로 왔다 갔다 이동하거나, 수평을 가로질러 질주하듯 유영하기도 했던 프리다이버들이었다. 그들은 돌고래처럼 자신의 몸을 이용해서 이리저리 자유롭게 유영을 했다. 스쿠버 다이빙은 여러 가지로 챙겨야 할 장비도 많고 무엇보다 숨을 쉬기 위해서 공기통을 매고 있다 보니 특수부대처럼 강인한(?) 모습인 반면, 프리다이빙은 자신의 숨만 가지고 가볍게 유영을 하는 정말 인어와 같은 모습이었다.


어떻게 숨을 참지?


물을 무서워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숨을 쉴 수 없다는 것이었고, 숨을 쉴 수 없다는 말의 의미는 죽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기에 고개가 갸우뚱했다. 숨을 참고 있는데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저렇게 우아하게 유영을 할 수 있다니. 나는 울면서도 다 해낸 사람이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물에 대한 공포를 정면돌파해 보자고 생각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에는 장비가 있기 때문에 숨도 쉴 수 있고 수영을 못해도 물 위에 떠다닐 수 있다. 그래서 물에 대한 공포를 덜어낼 수 있었는데 프리다이빙을 하게 되면 어떨까? 물이랑 더 친해지려는 거니까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프리다이빙 교육!

물에 들어가면 수심에 따른 기압차로 인해 고막에 가해지는 압박을 풀어야 하는데, 스쿠버와는 달리 프리다이빙에서는 '프렌젤'이라는 이퀄라이징 기술이 필요했다. 이것이 되지 않으면 물속에 들어갈 수가 없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필수적인 것이었는데, 어쩜! 나 너무 잘하잖아? 짝꿍이 버벅거리는 동안, 강사님의 '이퀄 천재'라는 칭찬에 어깨가 한껏 올라가 기세등등하게 풀장으로 입성했다!


장비를 체결하고 입수 준비를 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던 스쿠버와는 달리,

프리다이빙은 입수 전 스트레칭과 명상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프리다이빙은 무호흡의 상태로 유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것에 적응하는 훈련 중 하나가 '스태틱'이었다. 발이 닿는 깊이에서 온몸에 힘을 빼고 무호흡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해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얼굴을 물에 담그고 숨을 참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서워서 얼마 참지 못하고 몇 번을 벌떡 일어섰다.


"혜인 씨한테는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이미지가 있나요?"


물속에서 숨을 참아야 한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나를 편안하게 만드는 이미지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진정시켜 보자고 하셨다. 숨을 쉬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구는 당연한 것이지만, 인간의 몸은 물에 잠기면 수중에서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했으니 내 몸을 믿고, 힘을 빼고, 내 몸의 감각에 온전히 집중해 보자는 강사님의 말씀은 큰 위안이 되었다. 어색하고 온몸에 소름이 돋는 기분이었지만, 물에 뜰 수 있도록 힘을 빼면서 머릿속에는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을 떠올렸다. 숨 쉬고 싶은 충동에 뱃속에서 꿀렁거리는 반응도 느껴보고, 내 몸 구석구석 뜨끈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마치 우유 거품 위에 떠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도 브이는 빠지지 않는군.

그렇게 해낸 나의 첫 기록은 1분 27초.

내 최고 기록은 2분 15초.


살면서 내 몸의 감각에 이렇게 집중을 해본 적이 있었나? 삶에 대한 욕구를 이리도 정직하게 느껴본 적이 있었나?


고단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을 정도로 기진맥진해지는 날이면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면서 어지러워진다. 가슴을 부여잡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 모든 게 다 지겹다고, 차라리 이대로 숨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어리석고도 오만한 생각을 하는 날도 있었다. 기껏해야 1-2분 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나 자신에게 얼마나 무례하고 무지했는지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내 몸은 항상 나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었는데 외면하기만 했다. 나는 살아있다는 것을, 내 몸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누구보다 살아있고 싶어 한다는 것을.


여러 날에 거쳐 연습을 하면서 가장 짜릿했던 경험은 다이내믹 테이블 훈련이었다. 일련의 호흡을 거친 뒤 덕다이빙으로 잠수를 해서 풀장을 가로지르는 연습이었는데, 자세가 올바르고 킥이 훌륭하게 적용되었을 때 질주하는 듯한 쾌감이 엄청났다! 숨을 쉬지 못하지만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 안면도 카트 체험장에서 멋지게 바람을 가로지르며 느꼈던 그러한 시원한 기분이었다.

오늘도 쌍브이 포즈로 마무리!

그러면 이제 저는 수영을 할 줄 알까요?

아니요. 허허허.


이것은 아직 깨지 못한 퀘스트로 남았다.

숨을 쉬지 못한다는 것, 물에 떠 있기가 힘들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 커서 프리다이빙은 더 이상 욕심내지 못했다. 하지만, 나의 삶에 대한 본능과 솔직한 몸의 감각을 배우게 된 경험이니 조금 더 물에 적응하고 수영을 배우고 나면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과연... 나는 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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