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성장, 조직문화
“이거 교육 이수하셨어요?”
“사내 필수 교육 수강 완료해 주세요.”
“E-learning 기간은 이번 주까지입니다.”
인사담당자라면 가장 자주 반복하는 말 중 하나다.
나는 매년 교육계획을 세우고, 교육 인원을 모집하고, 강사를 섭외하고, 수료 현황을 체크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깨달았다.
교육이 사람을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관계가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걸.
콘텐츠는 많다, 그런데 왜 지루할까?
요즘 조직 교육 콘텐츠는 꽤 다양하고 훌륭하다.
디지털 리터러시, 데이터 분석 툴 활용, 리더십과 코칭, 타임 매니지먼트, DE&I와 감정노동 관리…
하지만 문제는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그걸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어떤 맥락에서 경험하느냐다.
교육의 질은 ‘자료’보다 ‘맥락’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맥락은 결국 관계와 연결 그리고 몰입의 경험이다.
교육을 통해 ‘이해받았던 경험’이 있는가?
한 번은 직무교육을 마친 뒤 한 신입 구성원이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했다.
“과장님, 이번 교육에서 팀장님이 제 얘기를 처음으로 들어준 느낌이었어요. 뭐가 부족한지도 알겠고, 지금까지 제가 왜 버거웠는지도 좀 정리됐어요.”
그 말이 오래 남았다.
그 구성원은 교육 콘텐츠보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의 말”에서 위로와 방향을 얻은 거였다.
교육의 본질은 ‘이해’다.
그리고 이해는 지식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가능해진다.
교육은 단지 정보를 주는 행위가 아니다
조직 내 교육은 너무 자주 ‘정보 전달’로만 설계된다.
사내 규정, 취업규칙 변경, 연말정산 가이드, 법정의무교육
물론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
하지만 이런 교육만으로는 사람이 ‘조직 안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감각을 갖기 어렵다.
사람은 단지 정보를 받기보다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기회를 받고 있다는 감각,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확신이 있을 때 비로소 성장하려 한다.
교육은 ‘성장 가능성’을 열어주는 일이다
나는 매년 연간 교육계획서를 쓸 때마다 이 표제를 반복해서 적는다.
“학습을 넘어 연결로, 전달을 넘어 성장으로.”
내가 꿈꾸는 교육은 말을 꺼낼 수 있는 자리, 피드백이 오고 가는 시간, 실패도 공유되는 분위기, 멘토가 탄생하는 과정으로 즉, ‘정보’보다 ‘사람’이 주고받는 경험이다.
그리고 그런 교육은 결국 한 사람의 업무 역량을 넘어서 자기 정체성을 다시 정비하게 만드는 기회가 된다.
인사담당자는 조직의 교육 언어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다
교육이 단순한 연간 계획표에서 멈추지 않으려면 인사담당자가 해야 할 일은 더 많아진다.
구성원이 지금 무엇을 불편해하는지 감지하고, 어떤 주제를 ‘필요’가 아닌 ‘갈망’으로 끌어올릴지 고민하고, 단순한 외부 강의가 아닌 “우리 조직 안에서 나온 사례와 말”로 콘텐츠를 구성해야 한다.
그렇게 교육은 한 명의 인사담당자가 만든 문장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이번 교육은 우리 안에 있는 불편한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당신이 이 자리에 있는 이유를 다시 묻고 싶습니다.”
“지금껏 배운 게 아니라, 지금 필요한 걸 이야기해 봅시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교육 신청서를 정리하며 다시 묻는다.
“이번 교육에서, 누가 누구를 기억하게 될까?”
“이 시간 동안,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까?”
“누군가에겐, 이 자리가 잊히지 않는 경험이 되었을까?”
교육은 콘텐츠가 아니다.
교육은 ‘기억’이고, 조직 안에서 사람을 다시 연결하는 일이다.
그 연결의 언어를 설계하는 것이 지금 이 자리의 나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