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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은 이력서가 아니라 표정에서 시작된다

채용, 조직적합도, 면접 언어

by 문장담당자 Mar 2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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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은 이력서가 아니라 표정에서 시작된다"


채용 시즌이 돌아오면 나의 하루는 조용한 관찰로 가득 찬다.

이력서가 올라오고, 경력기술서와 포트폴리오를 읽고, 직무역량표와 조건을 매칭하며, 사람을 서류 속에서 먼저 만난다.

하지만 진짜 채용은 서류를 넘긴 그다음 순간 그 사람의 표정을 마주할 때부터 시작된다.

면접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첫걸음, 인사를 건넬 때의 눈빛, 질문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리듬, 잠깐의 침묵을 넘기는 방식.

그 짧은 순간 속에서 이 사람이 우리와 함께 일할 수 있을지, 우리의 언어와 호흡이 닿을 수 있을지를 나는 조용히 읽는다.


이력서보다 먼저 보는 건 태도다

채용 과정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이거다.

“지원자 스펙이 괜찮나요?”
“경력은 충분해 보이던가요?”
“기술은 되겠죠?”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실무자로서 채용을 해보면 알게 된다.
스펙과 실력이 다 맞아떨어져도 조직 안에서 함께 일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걸.

그래서 나는 이런 질문을 먼저 던진다.

이를테면,

이 사람은 질문을 듣는 태도가 안정적인가?

실수를 대하는 방식이 유연한가?

설명할 때 상대를 고려한 언어를 쓰는가?

몰랐던 걸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건 이력서에 나오지 않는다.
이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나는 그걸 표정과 말투, 침묵과 연결의 감도에서 읽는다.


채용은 만남이지, 심사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면접을 ‘시험’처럼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채용이 ‘선택받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가 만나는 자리’**라고 믿는다.

회사도 사람을 고르지만, 사람도 회사를 고른다.
면접에서 오가는 언어는 상대에 대한 평가이자 동시에 소개다.

그래서 나는 면접 질문을 만들 때 이렇게 고민한다.

“이 질문은 이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인가?”, “이 문장은 상대의 경험을 드러낼 수 있게 해 주는가?”, “이 흐름 은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는가?”

면접관이 말투를 낮추면 지원자도 긴장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꺼내고, 첫인사에서 존중을 담으면 이야기의 결이 달라진다.

채용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태도’로 시작되는 일이다.


조직적합도는 따뜻함으로 판별된다

요즘 채용 트렌드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 — ‘조직적합도’.

하지만 조직적합도는 서류로는 예측할 수 없고 딱 부러진 정의도 없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이 우리 옆자리에 앉았을 때, 팀원들이 부담 없이 말을 걸 수 있을까?”

그 질문 하나로 적어도 그 사람의 ‘리듬’과 ‘온도’를 예측할 수 있다.

기술과 역량이 아니라 느낌과 분위기로 판단하는 감각.

그게 조직적합도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인사담당자는 그 감각을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사람이다.


인사담당자는 조직을 사람에게 소개하는 사람이다

면접에서 나는 가끔
우리 회사를 이렇게 소개한다.

“여긴 질문을 많이 하는 분위기예요.”
“혼자 일하는 시간도 많은 편입니다.”
“프로세스는 탄탄한데, 약간 느릴 수 있어요.”

이건 단지 정보가 아니다.
조직의 삶을 보여주는 태도다.

그래서 채용은 단지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우리 조직을 잘 소개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확한 말보단 정직한 말, 멋진 말보단 맞는 말.

나는 인사담당자로서 면접의 언어도 조직문화의 일부라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표정을 기억한다

면접을 마치고 돌아서며 나는 이력서를 다시 본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그 사람의 말투, 호흡, 미소 그리고 "함께 일하고 싶은 느낌이었는지"다.

채용은 결국 서류로 시작되지만, 어떤 순간에서는 감정으로 결정되는 순간이 분명 있다.

그리고 인사담당자는 그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가깝게 들여다보는 사람이다.

“채용은 이력서가 아니라, 표정에서 시작된다.
나는 오늘도 사람의 표정을 읽는 눈을 잃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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