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해 2월, 나는 한국으로 들어가 본격적으로 호주 영주권을 받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호주에서 살아보자!"라는 내 말에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흔쾌히 허락했지만, 그 대가는 만만치 않았다. 당장 다니던 회사를 그만둬야 했고, 양가 부모님들께 "우리가 호주로 떠날 겁니다!"라고 폭탄선언을 해야 했다. 결혼하며 어렵게 장만한 13평짜리 아파트와 애지중지하던 차도 팔아야 했다. 그렇게 피 같은 돈을 탈탈 털어 이민 자금을 마련했다. 이 돈이 바로 우리의 희망 자금! (이라 쓰고 생활비라 읽는다...)
호주에서 영주권을 받으려면 정부에서 지정한 부족 직업군의 학과를 졸업하고 관련 직종에서 일을 해야 했다. 부족 직업군 리스트를 보니 간호사, 미용사, 세무사, 요리사가 있었다. "그래, 뭔가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찾아보자!"라며 직업군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미용사? 내 손재주는 친구들이 인정하는 똥손, 가위질만 하면 삐뚤빼뚤 예술 작품이 탄생하는데? 아니, 아니... 간호사? 내가 흘리는 피만 봐도 혼절 직전인데 남의 피를 본다고? 아니, 아니... 세무사? 수학 문제만 봐도 두통이 오는 내가? 아니, 아니...
요리사??? 흠!!! 어릴 때부터 어머니가 요리를 하시면 간을 봐서 우리 가족이 만족할 최적의 맛을 찾아냈고, 특히 라면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끓이는 내 실력! 거기에 2년 과정만 마치면 영주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이곳저곳 유학원을 돌아다니며 고민한 끝에, 브리즈번에 위치한 Sarina Russo College의 Advanced Diploma of Hotel Management of Commercial Cookery 과정에 등록했다. "이제 나도 프로 요리사로 거듭나는 건가?!"라는 부푼 기대와 함께, 인생 최대의 모험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