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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세 가지 세렌디피티

by miso삼삼

속초로 향하는 길, 도로에 노란 낙엽이 뚝뚝 떨어졌다.

햇살은 포근했지만 바람 끝은 제법 차가웠다.

속초에 도착하자마자 물회를 먹고 근처 공원을 산책했다.


그곳에서는 마침 ‘반려동물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먹이를 앞에 두고 주인이 “기다려” 하면,

강아지들이 먹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앉아 있는 실험 ― 마시멜로 테스트 같았다.

어떤 강아지는 주인의 눈치를 보며 억지로 참았고,

어떤 녀석은 기다리다 못해 날름 먹어버리기도 했다.

그 천차만별의 모습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우리도 한참을 깔깔댔다.

미술관 관람 계획은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대신 반려견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더 큰 즐거움을 얻었다.

그게 오늘의 첫 번째 우연한 기쁨이었다.


두 번째 행운은 숙소였다.

너무 싼 가격 탓에 기대를 낮췄지만, 호텔 문을 여는 순간 놀랐다.

청결하고 향기로운 객실, 창문 너머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파도 소리가 밤을 다정하게 감싸 안았다.


세 번째 행운은

골목길에 있는 40년 된 조그만 가게에서 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빵,

한입 베어무는 순간,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 주셨던 팥의 단맛과 이스트에 의해 발효된 밀가루 맛이 그대로 느껴졌다.


오늘, 뜻하지 않게 세 가지 ‘세렌디피티’가 내게 왔다.

찾지 않아도, 계획하지 않아도 행복은 이렇게 조용히 다가온다.

낙엽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어도, 세상은 여전히 작은 기적들로 반짝인다.


어쩌면 인생은, 뜻밖의 행운을 알아차리는 놀라움으로 빛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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