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과 마음 사이
‘다다르다.’는
대전 성심당 앞에 있는 한 독립서점의 이름이다.
우연히 이 이름을 접한 순간, 나는 감탄을 넘어 감동이 느껴졌다.
'어쩜 이렇게 이름을 잘 지었을까.'
지금은 다다르다 서점에 입장하려면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성심당 덕도 있겠지만, 나는 그보다 ‘다다르다’라는 이름의 힘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다 다르고, 서로에게 다다를 수 있다.’
서점 이름에 담긴 뜻을 듣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 한편이 따뜻해졌다.
짧은 문장 속에 사람과 사람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다름을 품으려는 여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이름’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어떤 회사는 신제품 이름 하나를 짓기 위해 몇 달을 투자한다고 한다. 이해가 간다. 이름은 첫인상이자 존재의 얼굴이니까.
좋은 이름 하나가 신뢰를 만들고, 마음을 흔든다. 때로는 한 사람 혹은 한 브랜드의 운명까지 바꿔놓는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를 떠올려본다.
처음엔 ‘방탄조끼’가 떠올라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이름에는 ‘세상의 편견과 억압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며, 음악으로 당당히 맞서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그 단단한 이야기가 결국 전 세계인들에게 울림이 되었고, 그들은 이름의 뜻 그대로 스스로를 증명했다.
스타벅스의 이름에도 이야기가 있다.
스타벅스는 소설 『모비딕』 속 항해사 ‘Starbuck’에서 비롯되었다.
로고 속 긴 머리의 여인 세이렌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바다의 요정으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난파시키는 팜므파탈의 대명사다. 스타벅스는 바다, 항해, 무역과 관련된 이미지 비즈니스ㆍ마케팅에 성공했고 전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항해, 바다, 무역 — 이 이미지들이 커피 한 잔의 온도와 함께 스며들며 브랜드의 세계를 완성했다.
이름이 스토리가 되고, 스토리가 곧 힘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름의 힘만은 아닐 것이다.
역사가 승자에 의해 기록되듯, 성공한 이름 역시 본질은 ‘상호’가 아니라 ‘성취’에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이름이 회사를 빛내는 게 아니라, 그들이 걸어온 여정이 이름을 반짝이게 만드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다다르다’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낯선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숨결을 나누며, 조금씩 서로에게 다가서는 풍경이 떠오른다.
이름이 아니라, 그 이름에 담긴 마음이 먼저 다가왔기 때문이다.
모든 이름은,
누군가의 마음이 닿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한 조각의 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