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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Apr 16. 2023

회사에서는 반말하지 않겠다.

나만의 직장생활 철칙

회사에서는 되도록 반말을 하않으려 노력한다. 


특히 나보다 나이가 어린 직장 후배에게는 말이다. 나에게는 이것이 직장생활에서의 내 나름의 다짐 같은 것이다. 물론 나와 같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대단한 다짐까지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냐고 말이다.


하지만 삶을 살아가며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은 분명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는 직장에서 그러한 기준 하나쯤은 있어야 내 삶을 지키고 내 시간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나는 후배들 본인이 나에게 먼저, "말 편하게 하세요."라고 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 먼저 말을 놓지 않는다. 지금 회사에서도 입사 동기이자 동갑인 친구 몇 명과 나에게 먼저 넉살 좋게 말 편하게 하라고 했던 후배 한두 명에게만 반말을 한다. 물론 그 사람들에게조차, 회의를 함께 할 때는 존댓말로 하려고 노력하고.


사실 이렇게 결심하기 된 계기가 된 사건이 2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대학 졸업 후 처음으로 입사한 대기업에서였다. 아직도 풋풋한 대학생 티가 남아있던 그때, 나는 나와 같은 팀에 배치받은 동성 동료에게 우리 이제 같은 팀인데 말 편하게 하자고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서로 말을 놓고 너무 가까워지면 회사생활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며 부드럽게 내 제안을 거절했다. 처음엔 나도 좀 섭섭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내 그 친구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그 친구도 첫 직장이니 만큼,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고, 너무 친해지다 보면 오히려 서로가 불편해질 수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두 번째 사건은 모 팀장 때문이었다. 자기와 같은 대학원에서 후배로 만났었던 동생이 자기보다 높은 직급의 상사로 오게 되었는데, 공식 회의석상에서 친하다는 이유로 이름을 부르다가 망신당한 사건을 목격하게 되었던 것. 아무리 친하다 한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회의에서 상사의 직급이 아닌 이름을 부르는 행동은 회사 동료들과 함께 보기에 불편한 장면이었고, 이름이 불린 그 상사 역시 그 상황이 무척이나 난감했을 것은 분명하다. 


사실 동료나 후배에게 존댓말을 하게 되면, 거리감이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너무 선을 지키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의 빗장을 굳게 닫은 느낌이기도 하다.


하지만 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드러내고,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결정짓는다. 만약 반말을 하게 되면, 그 사람을 하대하기 쉽고 회사에서 동료가 아닌 아랫사람으로 여기기 쉽다. 말을 편하게 하면, 아무래도 행동도 편해진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반말로 시작했던 말과 행동이 실수를 낳고 서로에게 상처를 만들기도 한다.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학교에서 만난 선후배도 아니고 동네 친구도 아니다.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잠시' 만나서 생활하는 동료일 뿐이다. 그렇기에 상호 간에 서로 존대하며 심플하게 업무적으로 대화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이다.


원하지도 않는 상대에게 나이가 조금 많다는 이유로, "내가 너보다 더 나이 많으니까 말 놓아도 되지?"라고 묻는 것은 나이 많은 사람이 나이 어린 사람에게 가하는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도 나만의 원칙은 계속 지켜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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