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를 해야 하는입장만 경험하다가 이제 보고를 받는 입장이 되어보니전체 퍼즐의 모습 중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른한쪽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그간 책이나 경험을 통해 깨달았던 몇 가지 보고 스킬을 공유해보려한다.
80% : 20%
보통은 자료 작성이 80%, 보고 스킬은 20% 정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오히려 그 반대다. 자료 작성은 20%, 보고 스킬이 80%이다. 심지어 보고 스킬이 완벽하다면 준비된 자료가 없어도 구두로 보고를 끝낼수 있다. 그래서 보고의 내용은 기본적으로 신경 써야 하겠지만, 보고할 내용에만 집중하여 '어떻게' 보고할 것인지를 신경 쓰지 못하는 것을 무엇보다 경계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보고를 해야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보고의 내용 이상으로 중요하다.
타이밍
가장 최적의 보고타이밍은 상사가 먼저 물어보기 전에 가져가는 것이다. 보고자료의 최종본은 결국 자료를 작성한 사람의 생각에 보고를 받는 사람의 의견이 더해져 완성된다. 또한 어차피 그 상사도 다시 윗선에 보고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가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방향성을 잡아야 하므로, 상사가 말한 데드라인 최소 하루 전에는 보고자료를 가져가 피드백을 받고 결론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좋다. 상사가 먼저 나에게 자료가 언제 완료되는지를 물었다는 것은 이미 보고의 시작에서부터 실패한 것이라고보면 된다.
보고방식
보고는 무조건 '두괄식'이어야 한다.서론부터 차근차근 들을 수 있는 인내심과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한 팀장 이상의 관리자들 대부분은 그 건 외에도 여러 건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먼저 해당 건에 대한 결론을 먼저 듣고나서 세부내용을 나중에 듣는 것을 좀 더 선호할 것이다. 그래서 보고를 할 때,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에 대한 상사의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서두에서 꺼내놓고 보고를 시작하는 것이 그날의 보고를 매끄럽게 진행할 수 있는 스킬이다.
하루 중 보고를 해야 할 시간
하루 중 보고를 해야 할 시간은 보고의 내용에 따라 나뉜다. 집중해서 봐야 하는 내용의 경우, 집중이 잘되는 오전 10시 정도에, 오랜 시간 검토가 필요한 내용은 졸리기 쉬운 오후 2시 이후에, 짧게 스팟성으로 보고를 끝마칠 수 있는 것은 퇴근시간 직전이나 아침 출근 직후 등으로 시간을 잘 고려해 보는 것이 좋다. 다만, 이 보고시간을 본인이 조절하기 위해서는 평소 상사의 일상패턴을 숙지해야 하고, 현재의 기분이나 바쁨의 정도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본인이 급하다고 보고 시간에 대한 고려 없이 무턱대고 보고하러 들어갔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를 수없이 많이 봐왔다.
잘 말하기보다 잘 듣기(관찰하기)
연애 잘하는 사람이 회사 생활도 잘한다는우스갯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의사소통을 잘하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은 잘 말하기보다 잘 듣는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보고할 때 내가 전달해야 되는 내용만 몰두해서는 안된다.듣는 사람의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고, 내가 말하는 내용이 듣는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세심하게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보고의 가장기본적인 태도라 할 수 있다.
보고 과정도 '기세'에 달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보면, 배우 최우식이 과외 선생으로 그 집에 들어가 학생을 가르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에서 배우 최우식은 이렇게 말한다.
"24번 정답? 관심 없어. 나는 오로지 다혜가 이 시험 전체를 어떻게 치고 나가는가, 어떻게 장악하는가 거기에만 관심 있다. 실전은 기세야 기세. 알겠어?"
그렇다. 보고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보고자가 자신감 있고 당당하게 보고를 해야 듣는 사람도 신뢰를 가진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결론이거나 자신감없이 끝을 흐리는 말투로 보고하게 되면 보고를 받는 사람도 당연히 그 보고 내용에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고도 '기세'다. 설사 보고 내용에 일말의 망설임이 있더라도 최소한 보고 과정에서는 자신감 충만으로 보고를 끝마쳐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감은 당연하게도 보고 내용과 예상질문에 대한 철저한 준비로부터 만들어진다.
결국, 모든 건 상사의 스타일에 맞춰야 한다.
보고의 대상인 상사의 스타일은 제각기 다르다. 어떤 사람은 상세한 배경설명이나 명분을 중요시하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그래서, 결론이 뭐야."라는 식으로 결론만 얼른 듣고 의사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상사도 있다.또 보고서 형식이나 오탈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일단 보고의 1차 관문을 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상사의 스타일에 맞춘 보고가 진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