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언급한 대로 상사를 배려해야 나도 편해진다. 이번에 이야기하려고 하는 '두괄식' 보고 또한 바쁘고 여유 없는 상사를 배려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실무자들은 각각의 단위 업무를 하지만, 상사는 한꺼번에 여러 가지의 일을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여유와 인내심이 많이 부족한 상태다.
그래서 보통은 이런 말들을 많이 한다. "그래서 결론이 뭐야?", "내가 뭘 해주면 되는 거야?"
만약 보고할 때 서론을 길게 이야기하게 되면 상사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이 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서론을 길게 들으며 좋아할 상사는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다.
서론이 길면 상사는 점점 조바심이 난다. 일이 잘 되고 있다는 것인지 아님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상사는 그런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
두괄식 보고는 핵심 내용을 먼저 제시하고, 그 이유와 근거를 이후에 설명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면 상사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바를 빠르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전체에서 부분으로 접근하는 형태로 설명하게 되므로, 상사는 전체적인 맥락을 먼저 이해한 후, 세부적인 사항을 파악하게 된다.
때문에 보고를 들으며 상사는 본인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되고, 다소 낯선 내용이라 할지라도 좀 더 수월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두괄식 보고는 나의 생각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유리하다. 상사가 의사결정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보고자의 의견을 참고하게 된다.
이때 "그래서 네 생각은 뭐야?"라는 질문이 나오지 않으려면, 이 사안에 대해 보고자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를 서두에서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의 분량 또한 중요하다. 아무리 쉽고 흥미로운 내용이라도 최대 10분이 넘어가면 지루해진다. 그래서 보고자는 핵심만 간단하게 전달하는 '절제의 미덕'이 필요하다.
두괄식 보고는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상세 근거를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뒤에 내용은 생략한다 해도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
때문에 10분 내외로 보고를 끝마치기 위해서는 핵심 내용을 서두에 먼저 이야기하고 상세 내용은 보고서 자료로 갈음하는 등의 요령이 필요하다.
영국의 언어철학자 폴 그라이스는 대화의 4가지 원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질의 원칙 : 대화에서는 진실을 말해야 하며, 확실하지 않은 정보는 말하지 않아야 한다.
양의 원칙 :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제공해야 하며, 과도하거나 부족한 정보를 제공해서는 안된다.
관련성의 원칙 : 대화는 항상 주제와 관련되어야 한다. 주제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
방식의 원칙 :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게 대화해야 한다. 모호하거나 애매한 표현을 피해야 한다.
위의 원칙들을 잘 지킨다면, 대화가 더욱 의미 있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 회사에서는 상사와 나와의 공적인 대화의 한 형태가 바로 '보고'다. 그래서 보고 역시 이 원칙에서 예외가 아니다.
두괄식 보고는 핵심 내용을 먼저 이야기함으로써 서두에서 주제를 명확히 드러나게 만들며(관련성의 원칙), 전체에서 부분으로 접근하면서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게(방식의 원칙) 대화를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질과 양 측면에서도 명확한 내용 전달(질의 원칙)과 적당한 분량(양의 원칙)을 지킴으로써 대화의 4가지 원칙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다.
그냥 외우자. 보고는 무조건 '두괄식'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