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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멀한 인간 2

ep.2 꼬봉의 꿈

by 서안 Mar 28. 2025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축구선수를 꿈꿨다.

기숙사 생활을 하며 운동을 배웠고, 나는 내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 믿었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는 스카우트를 받아 팀에 들어갔지만, 그곳에 있는 친구들도 대부분 스카우트된 아이들이었다.

나보다 더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부러웠던 건

키도, 덩치도, 스피드도 아닌 부모님의 서포트였다.


우리 집은 가난했다.

아버지는 사기를 당했고, 외국에 가서 돈을 벌어보겠다며 도전을 떠났다.

어머니는 홀로 보험 일을 하시며 나와 누나를 키웠다.


당연히 축구부 회비는 밀려갔고, 경기가 있어도 부모님이 오실 수 없었다.


나는 경기에서 지면 엉덩이가 파래지도록 맞았고, 싸대기를 맞아도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회비 이야기만 나오면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혹시나 감독님과 코치님이 나를 미워할까, 친구들 입에서 회비 이야기가 나올까 마음을 졸였다.


친구들끼리 집 평수 이야기를 할 때면 숨이 턱 막혔다.

나는 못 들은 척 자리를 피하거나, 누군가 집요하게 묻기라도 하면

“아, 난 그런 거 잘 몰라.” 하고 얼버무렸다.


감독님은 나를 ‘꼬봉’이라고 불렀다.


나와 비슷한 처지였던 친구도 있었는데, 우리 둘을 그렇게 불렀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지 모른다. 다만 나는 내가 가난해서 무시당한다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경험이 나에게 엄청난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성격의 사람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며 눈치 보는 법을 배웠다.

덕분에 나는 지금 누구보다도 빠르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

어릴 때 받았던 무시와 상처는, 현재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도자가 된 나에게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꿈.

한없이 아름답게 상상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가장 무서운 단어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절망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꿈을 그냥 ‘자면서 꾸는 꿈’으로 끝내는 사람이 가장 어리석다는 것이다.


절망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꿈을 향해 한 걸음이라도 내딛어 본 사람만이, 절망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절망은

자신이 생각한 꿈의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계속 도전하고, 계속 절망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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