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디지털]#11-장례식도 디지털이다

부고장 설정 어떻게 하는 건데

by 행부헤일리


추석 전날 밤 10시, 갑작스레 외할머니의 부고 소식을 받았습니다. 부랴부랴 준비를 하고 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음식과 화장터 선정 등 여러 가지 선택을 한 뒤 집에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장례식장에 다시 도착해 부고장을 보내기 전 엄마의 계좌번호를 등록했습니다. 아빠 친구들에게도 부고장을 보내기 위해 엄마에게 받은 링크를 통해 아빠 정보로 수정하자 일이 터졌습니다.


아빠: (엄마 친구들이 아빠 계좌로 송금한 내역을 보여주며) 일로 와서 이것 좀 봐봐. 이거 왜 이러는 거야?

나: 아... 아무래도 꼬인 거 같은데.

아빠: 어떻게 된 건데. 말을 해봐.

나: 흠... 링크가 뭔지 알아, 아빠?

아빠: 몰라. 그게 뭔데.

나: 그러면 설명할 수가 없어. 일단 사무실 가서 아빠 계좌번호 등록해서 다시 보내야 돼.


다행히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습니다. 아빠가 자주 하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인터넷을 못하면 사는 게 아주 불편해.' 정말 맞는 말이구나 싶었습니다. 3일장을 마치고 돌아와 엄마가 저를 식탁으로 불렀습니다.


엄마: 이것 좀 복사해서 이 사람들한테 좀 보내줘

장례식에 와준 사람들에게 감사문자를 보내는 거였습니다.

나: (여러 명에게 보낸 뒤에) 더 보낼 사람 있어?

엄마: 아니 없어. 문자 하나 보내는데 뭐가 이렇게 복잡하니.

나: 그러게 말이야.


나의 부모가 돌아가셔서 정신없는 와중에도 엄마는 핸드폰으로 일처리를 해야 했습니다. 모를 때는 자식에게 부탁을 하면 됩니다. 하지만, 자식이 없는 6,70대의 노년이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

세상이 변하는 것에 발맞추지 못하면 참 힘든 일이구나. 나는 어릴 때부터 컴퓨터에 노출되어 자연스럽게 배웠지만 너무나도 빠르게 바뀌는 세상이니까. 나도 노력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날이 올텐 데라는 생각을 해. 아이가 생긴다면 '엄마는 왜 코딩을 못해?'같은 말을 듣게 될까? 있지도 않은 자식한테 서운함이 느껴지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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