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닭 요리 폴로 알라 카차토레

레스토랑버전 레시피

by 서도운

안녕하세요!

그동안 파스타 레시피 위주로 소개해드렸는데, 오늘은 색다른 이탈리아 가정 요리를 가져왔습니다. 바로 폴로 알라 카차토레(Pollo alla Cacciatora), 직역하면 ‘사냥꾼 스타일 닭 요리’입니다.

카차토레는 원래 이탈리아 농가와 사냥꾼들의 소박한 요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사냥을 마치고 돌아와 닭이나 토끼 같은 집짐승을 잡아,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양파·당근·셀러리 같은 채소, 허브, 토마토와 함께 푹 끓여낸 것이 그 시작입니다. 그래서 이름도 ‘사냥꾼식’이라는 뜻을 갖고 있지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달라서 북부는 화이트 와인을, 남부는 토마토와 레드를 더 많이 쓰는 편입니다. 즉, 카차토레라는 이름은 하나지만, 소박한 농가식부터 레스토랑에서 세련되게 다듬은 버전까지 폭넓게 존재합니다.

오늘날 카차토레는 세계 각국에서 ‘이탈리아식 토마토 닭 요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심지어 프랑스풍 변형이나 미국식 변주가 더 자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순 토마토 스튜 느낌과는 다르게, 정통에 가까운 카차토레는 훨씬 담백하고, 닭의 풍미가 중심이 됩니다.

저도 이번에는 전통적인 방식에 레스토랑식 마무리를 더해, 집에서도 조금 더 세련된 카차토레를 만들어보았습니다.



재료

토종닭 1kg
당근 반 개
셀러리 한대
양파 반 개
마늘 두 개
이탈리아 파슬리 두 줄
월계수잎 1장 반
타임 사진정도
로즈마리 사진정도
토마토 홀 통조림 400g
레드와인 150ml
버터
올리브오일
소금 후추

이번 카차토레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단연 토종닭입니다. 보통 마트에서 파는 일반 육계로도 요리를 만들 수 있지만, 토종닭은 확실히 풍미와 식감이 다릅니다. 토종닭은 뼈와 살에서 깊은 맛이 우러나와 소스에 고급스러운 감칠맛을 더합니다. 또한 육질이 단단해 오래 끓여도 쉽게 부서지지 않기 때문에, 1시간 가까이 은근히 끓여도 닭 본연의 맛이 유지됩니다.

식감은 일반 닭보다 질감이 쫄깃하고 단단해, 소스와 함께 먹었을 때 훨씬 만족스러운 식감을 줍니다.

따라서 이번 레시피에서는 닭다리 몇 조각이 아니라 손질한 토종닭 1kg을 사용했습니다. 이것이 오늘 요리의 깊은 풍미를 만든 가장 큰 비밀입니다.



레시피

1. 닭 손질 및 세척​

저는 손질된 토종닭을 구입했지만, 그대로 쓰지 않고 한 번 더 2차 손질을 해주었습니다. 특히 닭 가슴살 부분은 조리가 용이하고 먹기 쉽게 하기 위해 뼈와 분리해 두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가슴살은 다른 부위보다 먼저 익혀 중간에 건져내기 좋고, 다리·날개·뼈 부분은 끝까지 끓여 깊은 맛을 낼 수 있습니다.

닭 세척 과정은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입니다.
내장이 붙어 있는 경우 반드시 꼼꼼히 제거해야 잡내가 없습니다. 불필요한 지방과 피가 엉겨 있는 찌꺼기도 칼로 잘 도려내야 합니다. 절단면에 남은 뼛조각까지 깨끗하게 정리해야 소스가 맑고 깔끔하게 완성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요리 도중 불필요한 잡내와 쓴맛이 줄어들고 닭 본연의 담백한 풍미만 남습니다.


2. 세척한 닭 소금과 후추로 밑간 하기.​

세척한 닭을 키친타월로 물기를 제거한 뒤, 소금과 후추로 전체에 고르게 밑간 합니다.
이 과정은 닭 자체의 풍미를 살려주고, 조리 후에도 간이 속까지 은은히 배어들게 합니다.
미리 밑간을 해두면 이후 소스와 어우러졌을 때 훨씬 조화로운 맛을 냅니다.


3. 소프리토 준비

닭에 밑간이 배어드는 동안, 양파·당근·셀러리를 작은 다이스(dice) 모양으로 썰어줍니다.

전통 이탈리아식에서는 이 조합을 소프리토라고 부르며, 요리의 풍미를 지탱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됩니다. 프랑스에서는 같은 개념을 미르포아(mirepoix)라고 부르지요.

채소는 크기가 균일할수록 보기에도 좋고 조리도 일정하게 되지만, 이번 레시피는 최종적으로 소스를 체에 걸러낼 것이므로 너무 예민하게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4. 닭 시어링 하기​

스테인리스 팬을 충분히 달군 뒤,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닭을 올려줍니다. 이때는 껍질 면이 팬을 향하도록 두는 것이 핵심입니다.

팬이 충분히 뜨거워야 껍질이 들러붙지 않고, 노릇한 색과 고소한 향이 살아납니다. 반대로 온도가 낮으면 수분이 빠져나와 눌어붙거나 찌듯 익어버리기 쉽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이아르 반응이 일어나며, 닭의 고소한 풍미와 감칠맛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속까지 익힐 필요는 없고, 겉면이 노릇하게 색이 날 정도까지만 구워내면 됩니다. 이렇게 해야 이후 소스와 함께 끓였을 때 최상의 풍미가 살아납니다.


닭이 잘 구워졌죠?


5. 소프리토 볶기​

닭을 모두 시어링 하고 나면, 팬에는 닭기름과 함께 노릇한 갈색 찌꺼기(퐁드, fond)가 달라붙어 있을 것입니다. 이 퐁드가 바로 소스의 깊은 풍미를 만들어주는 핵심이므로 절대 버리면 안 됩니다.

이 상태에서 올리브오일을 살짝 더 두른 뒤, 아까 잘게 썰어둔 양파·당근·셀러리(소프리토)를 넣습니다. 채소는 처음부터 소금 간을 살짝 해주어야 단맛이 잘 빠져나오고 수분이 자연스럽게 증발합니다.

여기에 마늘 두 쪽 정도를 손으로 살짝 으깨 넣어주면 향이 은은하게 배어들어 전체 풍미가 더욱 살아납니다. 중요한 것은 강불에서 태우지 않고, 중불에서 은근하게 볶으며 채소의 단맛을 이끌어내는 것입니다.


6. 와인으로 디글레이즈 하기​


소프리토가 충분히 볶아져 양파가 투명해지고, 셀러리와 당근이 몽글몽글하게 익은 시점이 되면 레드와인을 부어줍니다.

와인이 팬에 닿는 순간 증기가 올라오면서, 바닥에 달라붙어 있던 퐁드가 녹아내립니다. 이 과정을 디글레이즈(deglaze)라고 하며, 팬에 남은 갈색 풍미 성분을 모두 소스에 녹여내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주걱이나 나무 스푼으로 바닥을 긁어주면서 퐁드를 완전히 풀어내세요. 와인의 알코올은 끓이면서 날아가고, 남은 과실향과 산미는 소스에 깊이와 균형을 더해줍니다.


그나저나 탈까 봐 급하게 찍느라 사진이 엄청 역동적으로 나왔네요...ㅎ


7. 닭과 토마토, 허브 넣어 끓이기​

레드와인의 알코올이 충분히 날아가고 퐁드까지 모두 디글레이즈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소스를 끓여낼 차례입니다.


큰 냄비를 준비해 앞서 노릇하게 구워둔 닭을 옮겨 담습니다. 여기에 홀 토마토 1캔을 넣고, 방금 볶아둔 소프리토를 함께 넣어줍니다. 그리고 닭이 다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줍니다.

파슬리는 향이 강하므로 줄기만 사용하여 넣어주면 은은하게 풍미를 더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준비한 향신료(로즈마리, 타임, 월계수잎 등)를 모두 함께 넣어줍니다. 이 허브들이 닭과 토마토의 맛을 감싸며 서서히 스며들면서, 카차토레 특유의 향긋하고 진한 풍미가 완성됩니다.

이제 약불로 줄여 은근히 끓여내는 과정이 시작됩니다.


8. 약불로 끓이기

모든 재료를 넣은 뒤에는 뚜껑을 덮지 않고 약불에서 약 30분간 은근히 끓여줍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소스가 세게 끓어 넘치지 않도록 불 세기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소스가 너무 세게 끓으면 닭살이 질겨지고, 허브 향이 날카롭게 우러나 쓴맛이 남을 수 있습니다.

조리 중간중간 위로 떠오르는 거품(불순물)을 걷어내주시면, 소스가 훨씬 맑고 깔끔한 풍미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시간을 들여 끓여내면서 닭, 토마토, 채소, 허브가 하나로 어우러져 진한 카차토레의 맛이 완성되어 갑니다.

중간중간 맛을 보며 소금 간을 해 주세요!.


9. 닭가슴살 건져내기​

약 30분간 끓인 뒤에는 닭가슴살만 따로 건져내줍니다.

그 이유는 닭가슴살이 다른 부위보다 훨씬 빨리 익고, 오래 끓이면 살이 쉽게 퍽퍽해지기 때문입니다.

토종닭이라 하더라도 가슴살은 근육 섬유가 촘촘하여 장시간 조리 시 수분이 빠져 단단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정 시간만 끓인 뒤 따로 빼 두어야, 소스와 함께 다시 데워 먹을 때도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닭다리와 뼈가 붙은 부위는 더 오래 끓여야 진한 맛이 우러나므로, 그대로 냄비에 두고 조리를 이어갑니다.


10. 고기 분리 및 소스 걸러내기​

총 50분 정도 끓여내면, 이제 닭다리와 뼈가 붙은 부위까지 충분히 익어 국물에 깊은 풍미가 배어들게 됩니다.

이 시점에서 남아 있는 고기와 뼈를 모두 건져내주세요.

남은 소스는 고운 체에 걸러 채소와 허브 찌꺼기를 제거합니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섬유질이나 잔여물이 사라지고, 맑고 농도 있는 소스만 남습니다. 이 과정이야말로 가정식과 레스토랑식의 차이를 만들어주는 부분입니다.

걸러낸 소스는 다시 냄비에 옮겨 담아 약불에서 은근히 졸여주면, 풍미가 응축되고 더욱 부드러운 질감으로 완성됩니다.

11. 소스 농도와 간 맞추기​


체에 걸러낸 소스를 다시 냄비에 옮겨 약불에서 은근히 끓이며 농도를 조절합니다.

이때 소스는 너무 묽지도, 너무 되직하지도 않게 스푼 뒷면을 살짝 코팅할 정도의 농도가 적당합니다. 스푼을 들어 올렸을 때 소스가 얇게 막을 형성하며 천천히 흘러내린다면 이상적인 상태입니다.

농도가 잡히는 동안 소스의 맛도 더욱 응축되므로, 이 시점에서 최종적인 소금 간을 해주세요. 토종닭의 깊은 풍미와 토마토의 산미가 균형을 이루도록, 간은 강하지 않게 맞추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12. 닭을 소스에 다시 넣어 데우기​

소스의 농도가 거의 완성되었을 즈음, 미리 건져 두었던 닭고기를 냄비에 다시 넣어줍니다.

닭을 소스에 충분히 적셔가며 은근히 데우는 과정은 단순히 온도를 올리는 것뿐 아니라, 고기 겉면에 소스의 풍미를 입히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이때는 강하게 끓이지 말고, 약불에서 4~5분 정도만 데워도 충분합니다. 이렇게 하면 가슴살은 퍽퍽해지지 않고 촉촉함을 유지하며, 다리살은 더욱 고소한 풍미를 머금게 됩니다.


13. 버터로 소스 마무리 ​

소스를 충분히 머금고 데워진 닭을 먼저 접시에 옮겨 담습니다.

그다음 불을 끄고, 아직 따뜻한 소스에 차가운 버터 한 덩이를 넣어줍니다. 버터는 소스에 천천히 녹으면서 은은한 고소함과 윤기를 더해주며, 마치 레스토랑에서 맛보는 듯한 부드러운 마무리를 완성시켜 줍니다.

14. 완성 & 서빙​

버터가 완전히 녹아 소스에 섞이면, 걸쭉하고 매끈한 소스를 준비해 둔 닭 위에 넉넉히 끼얹어줍니다.

마지막으로 아까 떼어놓았던 이탈리안 파슬리 잎을 살짝 올려주면, 색감과 향이 더해져 접시가 한층 더 생기 있게 살아납니다.

이 순간이야말로 폴로 알라 카차토레가 단순한 가정식 닭 요리를 넘어, 정통성과 세련미가 어우러진 레스토랑 한 접시로 완성되는 순간입니다.



카차토레는 바삭한 빵이나 감자, 혹은 파스타와 곁들여 드시면 더욱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됩니다.

맛의 특징은 살짝 시큼한 토마토의 산미, 허브에서 오는 균형 잡힌 향, 소스와 버터가 어우러진 고소한 풍미, 그리고 무엇보다도 진한 감칠맛과 부드럽고 쫀득한 잡내 없는 닭고기를 즐기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조리 과정이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완성된 요리를 맛보는 순간 충분히 보상받는 기분이 드실 겁니다.

한 번 도전해 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보나 페티(Buon appeti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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