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비프스톡
흔히 양식 요리에서 소고기 육수를 뽑는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식 스톡(stock)을 떠올리실 겁니다. 오븐에 뼈를 구워 색을 내고, 토마토 페이스트와 미레포아를 진하게 볶아 깊고 묵직한 갈색 육수를 완성하는 방식이죠. 그러나 이탈리아식 브로도(brodo)는 조금 다릅니다. 불순물을 걷어내 맑고 투명하게 유지하면서도, 오랜 시간 은근히 끓여 재료 본연의 맛을 온전히 녹여내는 ‘정직한 국물’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곰탕과도 어딘가 닮아 있지요.
이탈리아 브로도는 라구, 리소토, 파스타 수프 등 수많은 요리에 사용됩니다. 프랑스식 스톡이 진한 소스의 바탕이라면, 브로도는 다양한 요리를 지탱하는 맑은 뼈대라 할 수 있죠. 따라서 오늘은 이 브로도를 직접 진하게 뽑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육수를 끓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육수를 뽑고 남은 고기까지 알뜰하게 활용하는 방법도 함께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한 번의 수고로 두 가지 맛을 얻는 셈이지요.
오늘 제가 끓여낸 것은 브로도 만조(Brodo di Manzo), 즉 소고기 육수입니다. 잡뼈와 양지, 목심을 함께 넣어 깊고 진하게 뽑아냈지요. 이탈리아에서는 육수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달라집니다. 닭으로 끓이면 브로도 디 폴로(Brodo di Pollo), 채소로만 만들면 브로도 베제탈레(Brodo Vegetale)라고 부릅니다. 공통점은 투명하고 맑게, 그러나 충분히 진하게 우려내는 ‘정직한 국물’이라는 점이지요.
오늘 준비한 재료 (Brodo di Manzo)
소 잡뼈 2kg
양지 300g
목심 200g
양파 1개
당근 1개
셀러리 1대
마늘 3알
월계수잎 3장
파슬리 줄기 5대
통후추 20알
올리브유 약간
물 약 4.5L
브로도는 재료의 조합이 단순합니다. 하지만 각 재료가 제 역할을 정확히 해줘야 깊고 투명한 국물이 완성됩니다. 잡뼈와 소고기는 기본 향과 감칠맛을 내고, 양지와 목심은 은근히 단맛을 더하며 고기 본연의 향을 풍부하게 합니다. 야채와 허브는 국물에 복합적인 층위를 더해주며, 통후추는 은은한 매운 향으로 전체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1. 잡뼈 피 빼기
잡뼈에는 응고된 핏덩이와 불순물이 남아 있어 그대로 사용하면 국물이 탁해지고 불쾌한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잡뼈를 찬물에 담가 약 2시간 정도 충분히 피를 빼줍니다. 이렇게 하면 국물이 한층 더 맑고 깔끔하게 우러납니다. 핏물은 버리고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어주세요.
2. 데치기(Blanchir)
핏물을 뺀 뼈와 고기를 냄비에 담고 물을 가득 부은 뒤, 센 불에서 약 5분간 팔팔 끓입니다. 이 과정에서 거품과 불순물이 대량으로 떠오르는데, 이를 그대로 두면 국물이 탁해지고 잡내가 남습니다. 따라서 한 번 끓인 물은 과감히 버리고, 뼈와 고기를 찬물에 헹궈내듯 깨끗이 씻어줍니다.
3. 본격 끓이기
깨끗이 씻은 잡뼈와 함께 양지, 목심을 냄비에 넣고 약 3.5L의 물을 붓습니다. 여기에 양파와 통후추를 넣어 끓이기 시작합니다.
불은 센 불로 올려 한 번 끓어오르게 한 뒤, 약불로 줄여 보글보글 은근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 20분간은 거품과 기름을 자주 걷어내야 국물이 맑게 완성됩니다.
4. 당근과 셀러리 볶기
당근과 셀러리를 굵직하게 다이스(큰 주사위)로 썰어, 마늘과 함께 올리브유에 아주 약한 불에서 천천히 볶아줍니다.
주의할 점은 절대로 색이 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갈색으로 변하면 프랑스식 브라운 스톡처럼 국물에 구수하고 무거운 풍미가 배어들어, 맑고 투명해야 하는 브로도의 특성이 사라집니다.
따라서 야채가 겉만 살짝 투명해지고 향이 은은히 올라오는 순간까지만 볶은 뒤, 끓고 있는 육수에 넣어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야채의 단맛과 향이 고스란히 스며들면서도 국물은 여전히 맑게 유지됩니다.
5. 향신채와 허브 더해 은근히 끓이기
국물이 끓은 지 약 2시간이 지나면, 양지와 목심은 건져내 따로 보관합니다. (이 고기는 수육이나 샌드위치, 혹은 볼리토 미스토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볼리토 미스토로 레시피를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기를 건져낸 육수에는 물을 1리터 보충한 뒤 준비해 둔 당근, 셀러리, 파슬리 줄기, 월계수잎을 넣습니다. 이후 약불에서 보글보글 은근하게, 최소 3시간 이상 끓여 채소와 허브의 향을 충분히 우려냅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국물은 한층 깊고 풍부해지면서도, 여전히 맑고 세련된 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6. 체에 걸러 맑게 마무리하기
총 5시간 동안 은근하게 우려낸 육수는 고운 체에 한 번, 가능하다면 면포에 한 번 더 걸러줍니다. 이렇게 하면 야채 찌꺼기나 미세한 불순물이 모두 제거되어, 맑고 깊은 향을 가진 브로도 만조(Brodo di Manzo)가 완성됩니다.
완성된 브로도는 바로 사용해도 되지만, 냉장고에서 하룻밤 식히면 윗면에 굳은 기름을 쉽게 걷어낼 수 있어 더욱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브로도 만조를 만드는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손도 많이 가지만, 그만큼 완성된 육수는 구수하고 달큼하며 감칠맛이 풍부해 수많은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진한 베이스가 됩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초반 10여 분 거품을 걷어내는 시기를 지나면, 반드시 약불로 은근하게 끓여야 맑고 깊은 맛이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오늘 육수를 내고 건져낸 고기를 활용해,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방의 전통 요리 볼리토 미스토(Bollito Misto) 레시피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