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운의 시네마틱 레버리 [홀리모터스(6)]

by 서도운

6화 집으로의 귀환, 그리고 기계들의 독백


11 오스카의 집 홀리 모터스의 종결


모든 연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오스카는 마지막으로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카메라는 묻는다.

그가 향하는 그곳은 정말 ‘집’ 일 수 있는가?


그는 리무진에서 내리고,

낡은 옷을 벗고 다시 분장을 한다.

마치 오늘의 연기가 끝나기도 전에

내일의 역할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그의 귀가는 휴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의 의식이다.


도착한 장소는 똑같이 생긴 주택들이 줄지어 있는 동네.

균일한 외관, 무표정한 조경.

그리고 그 안에 기다리는 가족.


하지만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는 침팬지 가족의 아버지 역할을 맡는다.


카메라는 그 광경을 설명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만 지켜볼 뿐이다.

그의 진짜 ‘집’이 이토록 이질적이며,

그의 가족조차 연기의 대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오스카가 집으로 들어간 뒤,

우리는 다시 바깥의 세계를 바라본다.

리무진들은 하나둘 줄지어 ‘홀리 모터스’ 차고로 돌아온다.

오늘 하루 수많은 삶을 실어 나른 이 자동차들,

그들만의 밤이 도래한다.


그리고 운전사 셀린.


그녀는 리무진에서 내리며

가면을 조용히 꺼내 얼굴을 가린다.


그 행위는 단순한 연극이 아니라,

정체의 익명화,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모른 채 살아가야만 하는 존재들의 룰처럼 보인다.


이곳에선 배우도, 운전사도, 관객도

진짜 얼굴로 퇴장할 수 없다.


그녀는 가면을 쓴 채,

조용히 문을 닫고, 퇴장한다.

그 뒷모습은 차분하지만,

왠지 모르게 슬프다.




이 장면은,

각자가 하루 동안 수행한 역할을 숨긴 채

서로를 모른 척하고,

다시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배우들의 세계를 암시한다.


무대가 아닌 현실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진짜 얼굴을 모른다.

가면을 쓰고 퇴장하는 건,

타인에게서 자신을 지우기 위한 마지막 연기다.




리무진의 독백 – 기계의 입으로 전해지는 존재의 철학


그리고…

<홀리 모터스>는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데려간다.


차고 안, 어둠 속 리무진들 사이.

기계들은 서로 말을 건넨다.

우스꽝스럽지만 묘하게 진지한 대화.


“우리는 언제까지 달릴 수 있을까.”

“우리를 위한 길은 점점 사라지고 있어.”

“죽음은 끝이 아니야. 다음 상영을 위한 휴식일뿐이야.”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이 영화가 줄곧 관통해 온 존재와 매체의 질문을 기묘하게 되풀이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인간에서 연기로,

삶에서 역할로 이어지는 전이(轉移).


우리는 웃을 수도 있고, 숙연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 리무진들의 독백이야말로

<홀리 모터스>라는 세계가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진짜 배우들의 목소리라는 점이다.




끝났으나 끝나지 않은


이 영화는 끝이 났다.

하지만 그들은 다시 다음 날,

다음 감정,

다음 역할을 준비해야 한다.


연기는 끝나지 않는다.

삶이 끝나지 않는 것처럼.



마지막 화(7화)에서는

영화 속 가장 메타적인 장면—

오스카와 ‘의문의 남자’의 대화를 중심으로,

레오 카락스가 남긴 질문을 되짚어봅니다.



표지이미지 출처: 영화 『홀리 모터스』 공식 포스터
배급: Wild Bunch / 국내 수입사 인터그림
사용 목적: 비평 및 리뷰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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