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화 막간
아버지를 연기하고 테오를 죽인 알렉스를 연기하기 전
실제 러닝타임의 정중앙.
영화는 문득, 서사를 멈춘다.
그리고 길고 기묘한 연주 장면을 펼쳐낸다.
오스카는 아코디언을 어깨에 멘 채 천천히 걷는다.
그 뒤로는 어두컴컴한 회랑, 오래된 성당의 복도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장엄한 음색이 울려 퍼지지만, 공기엔 눅눅한 긴장감이 감돈다.
이상하리만치 성스러우면서도 음울하다.
그 순간—
사람들이 등장한다.
한 명, 두 명, 그리고 무리.
연주가 시작되고, 분위기는 급변한다.
경쾌한 리듬, 반복되는 베이스라인.
관악기와 타악기의 조화가 행진을 끌어올린다.
그들의 발걸음은 점점 더 화면을 향해 나아간다.
진취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고,
우리는 그 에너지에 휩쓸린다.
반복적으로 상승하는 음.
플래시몹처럼 터져 나오는 음악.
그러나 그 모든 활기 속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이질감이 묻어 있다.
너무 들떠 있다.
너무 활기차다.
너무 경쾌하다.
그리고 바로 그 과잉된 리듬이,
엄숙한 배경과 충돌하며
특유의 신비로운 감정을 자아낸다.
마치 죽음의 공기 위에
삶의 기운을 억지로 뿌려 넣은 듯한 기묘함.
기쁨과 허무, 생기와 사그라짐이
동시에 존재한다.
그러던 중 음악이 갑자기 멈춘다.
모두가 멈춰 서고, 침묵이 흐른다.
잠깐의 정적.
그리고—
터지는 함성과 함께
가장 격렬한 클라이맥스가 도래한다.
막혔던 리듬의 폭발.
한 편의 짧은 악장처럼,
삶과 죽음, 긴장과 이완이 뒤엉켜 터진다.
이 장면은 줄거리와 무관하다.
설명도 없고, 대사도 없다.
하지만 그 어떤 장면보다도 명확하게,
영화의 심장박동을 들려준다.
삶과 죽음 사이,
배역과 배역 사이,
단 한 번의 숨 고르기.
레오 카락스는 이 장면을 통해
연출자이자 음악가로서의 감각을
완벽히 증명해 낸다.
우리는 이 장면 앞에서 묻는다.
이들이 걷고 있는 길은
배역을 향한 행진인가,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의식인가.
그리고 문득 깨닫는다.
지금 걷고 있는 우리 자신의 삶 또한
하나의 행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그 리듬에 맞춰 걷는다.
살기 위해, 잊기 위해,
그리고 다시, 연기하기 위해.
다음 화,
우리는 질문하게 될 것입니다.
“배우 없는 세상에서, 연극은 계속될 수 있을까?”
표지이미지 출처: 영화 『홀리 모터스』 공식 포스터
배급: Wild Bunch / 국내 수입사 인터그림
사용 목적: 비평 및 리뷰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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