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카메라, 죽음 그리고 레오 카락스의 수필
『홀리 모터스』를 관통하는 수많은 장면과 역할 사이에서, 레오 카락스는 끊임없이 죽음이라는 존재를 상기시킨다.
그것은 단순히 생명의 끝이 아니라
하나의 역할이 소멸하고 새로운 역할로 이동하는 지점
삶과 연기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순간이다.
영화 속에서 오스카가 의문의 남자와 나누는 대화는 바로 이러한 경계와 실존적 불안을 가장 날카롭게 드러낸다.
의문의 남자는 묻는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는가?"
오스카는 카메라의 변화에 따른 사람들의 불만을 이야기한다.
과거의 카메라는 크고 투박했으며, 연기자를 ‘찍는’ 존재였다.
그 안에서 배우들은 주체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제 카메라는 작아지고 어디에나 존재하며, 연기자를 조용히 ‘감시’하는 눈이 되었다.
이것은 카락스의 회한과도 같다.
그는 영화라는 매체가 변하면서, 연기와 삶이 감시와 소비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현실에 대한 깊은 불편함을 토로한다.
카메라가 눈에 띄지 않을수록 우리의 존재는 더 철저히 타자의 시선에 종속된다.
남자는 다시 말을 덧붙인다.
"나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이 짧은 문장은 영화가 결국 삶의 일시성을 연기하며 펼쳐내는 예술임을 고백한다.
카락스는 『홀리 모터스』를 통해 죽음 앞에서 연기되는 인생의 모든 배역이 결국 아름답지만 덧없음을 강조한다. 과거 순수했던 아날로그적 연기, 그 불편하지만 따뜻했던 진정성은 이제 차갑고 효율적인 디지털 시대의 냉정한 시선 속에서 그리움으로만 남았다.
결국 『홀리 모터스』는 레오 카락스 자신의 영화적 자서전이자 수필이다.
그는 인물과 공간, 시간을 객체로 설정하고, 그 속에서 오직 ‘상황’만을 주체로 삼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담담히 써 내려갔다.
연출의 형식을 빌린 이 영화는 한 편의 영화적 에세이가 되어, 삶과 죽음, 존재와 연기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람들은 주도적인 삶을 원한다.
하지만 우리는 필연적으로 누군가를 연기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죽기 전까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던져야 한다. 그저 연기만 하다 죽어버린다면, 삶은 의미 없이 사라질 뿐이다.
결국 영화는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오늘 어떤 연기를 했는가? 카메라의 눈에서 자유로운 순간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
연기가 끝나고 불이 꺼진 뒤에도 이 질문만은 남아, 오래도록 관객을 바라볼 것이다.
다음 연재는 아리애스터의 <미드소마> 로 이어집니다.
표지이미지 출처: 영화 『홀리 모터스』 공식 포스터
배급: Wild Bunch / 국내 수입사 인터그림
사용 목적: 비평 및 리뷰 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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