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년 전, 내가 집으로 모셔왔던 길 위의 생명체는 본디 수줍디 수줍은 강아지였는데, 나이 들면서 요즘 이자식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이 고도의 질펀함이란..... 나로서는 미처 예상치 못했던 미지의 것이었다. 내 참 어이가 없어서... 어디서 껌 좀 씹던 놈을 모르고 데리고 온 모양이다 내가.
대체 어느 지역구에서 다리 좀 떨다 왔는지 알수가 없는 이 될성부른 녀석의 현란한 존재감을 보아라. 눈만 마주치면 화투장을 찰지게 내리칠듯한 이 걸걸한 포즈. 어쩌면 좋을까. 세상의 때가 제대로 묻어버렸다. 한껏 퍼질러진 저 질펀한 자태 속에 인생의 깊이, 아니 견생의 깊이가 듬뿍 묻어난다. 네가 그간 부침이 많았었나 보구나. 안타깝다. 순진한 녀석이었는데......
오늘, 밀린 집안일이 많아 바삐 왔다갔다 해야하는데, 괜히 그 앞을 지나다니다가 삥이라도 뜯길까봐 영 신경이 쓰인다. 저 불량하기 짝이없는 짝다리.... 몹시 거슬리지만 이제 집안의 큰 어르신인데, 구수한 쌍화차나 뜨끈하게 한잔 올려드리고 나는 조신한 하루를 보내야 겠다. "어르신~! 오갈데 없이 얹혀 사는 신세이셨던게 엊그제같은데, 오늘날 이리도 편안히 지내시니 소녀 흐믓하기 이를데 없사옵니다. 호호호". 그나저나 쌍화차에 띄울 노른자가 취향에 잘 맞으실런지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몹시 공손해지는 하루이다.
우리 오리를 사랑해주시는 독자님들께.
오늘 글과 그림이 너무 부실해서 죄송합니다. 근데 오른팔과 손가락이 너무 너무 아파요~. 문제가 생긴것 같아 병원에 다녀왔어요. 의사쌤이 당분간 노트북과 마우스를 멀리하라 하셨지만 어떻게 그래요~ 엉엉엉. 원래는 이런 무성의한 그림이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ㅠ.ㅠ 한주만 좀 쉬다 더 좋은 그림과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뇽~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