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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2일째

계획처럼 되지 않는다

by 프라라

알려주셨던 내용을 아무리 되짚어도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매니저님 정말 죄송하지만, 앞에서 알려주셨던 내용들 한번 더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쭈뼛거리며 내가 말했다.

"기억이 안나지요?" 내가 물어올 것이라는 것을 예상이라도 하신 듯 한 매니저님이 말씀하셨다.

"네..." 나지막하게 말했다. 쓴소리를 들을 줄 알았지만 의외로 매니저님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다시 한번 천천히 알려주시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메모는 하지 않았지만 하나씩 확실히 머릿속에 각인시켜 가며 내용을 숙지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퇴근시간을 맞이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내일을 위해 내용들을 계속 되뇌며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날 매장에 30분 정도 일찍 출근했다. 오픈때 해야 하는 것들을 혼자서 해보기 위해 조금 일찍 출근을 했는데 헛수고였다. 매장의 문이 닫혀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매장의 문은 열려있을 거라 생각한 나의 판단 미스였다. "에후... 의지만 강했네. 근데 왜 오픈 때 매장문 여는 방법은 안 알려주신 거지?" 문득 든 생각이었다.

잠시 주변을 산책하며 시간을 보냈다. 20분 후 매장에 다시 돌아왔을 때 문이 열려있었다.

조심히 문을 열어 매장에 들어섰을 때 처음 보는 분이 계셨다. 어제 대부분의 시간을 매니저님과 보냈지만 직원분들도 있었다. (이야기를 거의 나누진 못했지만 안면은 텄던 상태였다.)

누구시지 하는 생각이 들 때쯤 매장에서 어제 뵙지 못한 한 분이 계셨다는 것을 알았다.

"아 어제 처음 출근하신 분? 맞죠? 전 여기 점장님입니다." 점장님께서 먼저 신분을 밝혀 주셨다.

"안녕하세요! 어제 처음 출근한 아무개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제보다 더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편하게 해요. 안 잡아먹으니까" 점장님께서 웃으시면서 말했다. 괜히 더 긴장하게 되는 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씩씩하게 답을 하며 아침에 문득 든 생각을 점장님께 질문을 했다.

"점장님. 매장 오픈 때 매장 문 여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오늘 제가 매장에 일찍 도착했는데 매장 문이 닫혀 있어서 혹시나 궁금하여 질문드려봅니다."

매장의 카드키가 2장이 있는데 점장님과 매니저님 두 분에서 가지고 계신다고 하셨다. 보통은 10분 전에 매장 문을 오픈한다고 시간에 맞춰서 오면 된다고 말씀해 주셨다.

점장님과의 짧은 대화를 마치고 오픈 준비를 했다. 매장 청소와 상품들 정리, 카운터 정리, pos오픈, 현금시재 맞추기, 창고정리를 했다. 서툰 부분이 있었지만 점장님께서 서포터 해주시며 무사히 매장을 오픈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매니저님이 조금 늦을 거예요. 그리고 들었겠지만 직원분들 중 한 분은 어제가 마지막 근무였고 한분은 다른 매장으로 발령가게 되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3명에서 근무하게 될 거 같아요." 점장님께서 매장의 대한 상황을 브리핑해 주셨다.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걱정이 되었다. "잘할 수 있겠지?.."라고 혼잣말을 했다.

점장님께서 말을 이어하셨다.

"괜찮아요. 요즘 손님의 거의 없어요. 지내다 보면 알게 될 거예요. 그리고.. 아니에요.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예요". 꼭 중요한 내용이 있는 것을 일부러 감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흘러가듯 매장이 문이라도 닫게 되는 것인가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혹시 뉴스 봐요? 요즘 우한 바이러스? 말이 많던데 알고 있으신가요?" 점장님의 말을 듣고 나서 뉴스를 보게 되었다.


침몰하기 직전의 배가 태풍을 만난 꼴이 된 것인가. 고작 입사한 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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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