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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달린다는 것

오늘을 쌓다

by 향기나는남자

갑자기 바빠진 하루가 오늘로써
한 달이 되어간다.

바쁨이 매일 달갑지는 않지만
바쁨 덕분에 남은 것은 하나 있다.


바빠진 한 달 동안
일을 마치고 매일 3km를 뛰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서...

매일 달리기 위해서는
나의 의지가 필요하다.

일상을 마치고 나서는
이 의지가 남아있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마치고 다른 활동을 망설이는 이유가.

하루 동안 이'의지'를 이미 다
사용했기 때문이다.

달리기라고 누구보다 빠르고
거창한 게 아니다.

빠르게 달리고자 했으면
나는 이미 진작에 포기했을 것이다.

빠르게 달릴 의지는 없기 때문이다.

그저 나만의 속도로
천천히 회복하는 달리기다.

25분 이내에 대부분 끝나는 달리기가
무슨 운동이 되겠으며
무엇을 남길까 싶지만

달린 후에 남는 것이 있다.

먼저 바람이 다르다.
후끈하던 바람도 나의 열기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한다.
바람이 시원해진다.

스트레스와 하루 동안 쌓인 것들이
빠져나가는 느낌이다.
몸이 가벼워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달리기 전에는 온갖 힘듦이 나를 괴롭히지만
달리기 후에는 세상이 평온해진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숨 쉬는 것만 필요한 덕분이다.

매일 달린다는 건.
나의 하루를 남은 의지로 매듭짓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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