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초 학부모들

예희씨 이야기 (2)

by 나나

다음 날 아침, 예희씨를 사로잡은 감정은 분노였다.


‘아이가 말썽을 좀 피웠기로서니, 무슨 공개처형도 아니고 아이를 짝꿍도 없이 그런 데 혼자 앉혀놓는 게 말이 돼?’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그리고, 정말 우리 아이가 그런데 앉을 만큼 큰 사고를 쳤으면 나한테 진작에 연락이 왔겠지. 선생님이 아니라 다른 엄마라도. 그런 적도 없잖아? 그런데 그런 벌을 주는 게 말이 돼?’


자신은 애간장이 타는데, 답장조차 없는 선생님의 여유로운 태도는 더더욱 예희씨의 분노에 불을 지폈다.


‘교과시간 시작 전 까지는 하이클래스 문자 확인한다며? 아이들 수업은 오전에 다 끝나는데, 왜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도록 답장조차 없는데?’


아이는 오늘도 오전 내내 그 처형대나 다름없는 자리에 홀로 앉아있었을 것이다. 그걸 생각하자 예희씨는 더 이상 일 처리를 미룰 수 없었다. 그래, 그리고 혹시 정말 일일반장 같은 거였을지도 모르잖아. 매도 먼저 맞는 게 낫지, 이렇게 속앓이 하고 있을 바에야…. 결국 예희씨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선생님과의 통화는, 첫 마디부터 혹시라도 일일반장 같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일말의 희망마저 산산이 부수어 놓았다.


“라온이 때문에 수업 진행이 안 돼요.”


선생님은 옳다구나 라온이에 대한 불만사항을 줄줄이 읊어대기 시작했다.


“뭐 사소한 지시 하나 한 번에 따르는 일이 없고요, 몇 번을 필통 꺼내라, 꺼내라, 꺼내라, 말을 해도 듣지를 않아요. 모둠별로 준비를 빨리 끝내야 점수를 받는데 라온이 때문에 그 모둠은 매번 꼴찌예요. 저번 짝꿍이었던 은서도 라온이 때문에 너무 힘들어해서 그 어머님이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라온이 때문에 전체가 자리를 바꾸게 된 거예요.”


충격적이었다. 라온이는 자기 짝꿍 은서는 착하다고, 친해지고 싶다고, 좋아했는데….


“저번에는 라온이가 수업시간에 계속 제가 한 말을 따라하더라고요. 제가 무슨 말을 하면 그걸 고대로 따라하고, 그러면 친구들은 또 옆에서 재밌다고 와 웃고…. 그러면 수업 진행이 안 되는 거예요. 라온이 하나 때문에 나머지 반 친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요.”


그래도 라온이가 누구를 먼저 때리거나 하는 일은 없어서, 설마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었겠지, 자신하던 예희씨였기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선생님, 그러면 그 동안 왜 제게 말씀이 없으셨는지….”

“매주 알림장에 써서 보냈는데, 안 보셨나요?”

“예? 알림장에요?”


알림장은 매주 다음 주 활동계획표와 함께 반 전체를 대상으로 띄우는 공지사항이었다. 항상 말미에 집안에서 계도를 해 달라는 둥 이것저것 당부의 말이 붙어있긴 했지만, 반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공지이다 보니 의례적으로 붙이는 말이겠거늘 하고 늘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던 것이다.


“이번에도 반 친구들한테 물건을 줄 때 던져서 주지 말라고 적어 보냈잖아요. 라온이는 오늘도 자기 물건을 친구에게 던져서 주더라고요. 제가 그래서 한 번만 더 그러면 교장실로 보내겠다고 했어요. 그래도 말을 또 안 듣죠. 그래서 교장실까지 갔다 왔어요. 지난 주에는 교감 선생님하고 면담도 했고요. 그래도 나아지는 게 없어요.”


예희씨는 살면서 누구에게 사과할 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성격도 수더분한 편이라 친구들하고도 큰 불화 없이 잘 지내는 편이었고, 직장생활도 짧아 누구한테 머리 조아릴 일 또한 없었고….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면서, 예희씨는 멍했다. 그게 그렇게 큰 일이었나? 필통을 제 때 안 꺼낸 게, 선생님 말을 따라한 게, 친구에게 물건을 던져 준 게…? 교장실로, 교감실로, 그리고 교실 맨 앞의 공개 비난대로… 조리돌림 당했을 라온이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선생님, 그러면… 자리만이라도 바꿔 주실 순 없으실까요? 그런 자리는… 친구들 보는 눈도 있는데, 아이한테 많이 부담될 것 같아서요.”


선생님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앉힐 작정은 아니었다면서도, 왜 라온이가 그 자리에 앉아야 마땅한지에 대해 다시 일장 설교를 시작했다. 그리고 결론은 단호하게 거절로 끝을 맺었다.


“어머님, 자리 배치는 교사 고유의 권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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