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려고 굳어질수록 더 쉽게 무너졌던 마음에 대하여
어릴 때는 단단한 것이 무조건 좋은 줄 알았다. 딱딱하고 빈틈이 없고, 손으로 눌러도 쉽게 모양이 변하지 않는 것이 강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쉽게 흔들리지 않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가 봐도 안정적이고, 빈틈없고, 맡은 일은 늘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 조금 차갑더라도 괜찮았다. 단단하다는 말은 왠지 칭찬처럼 느껴졌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늘 단단해지려고 할수록 더 자주 무너졌다.
작은 실수 하나에 하루가 무너졌고, 별것 아닌 피드백 하나에도 마음이 오래 남았다. 시작하기 전부터 완벽한 결과를 상상했고, 그 기준에 닿지 못할 것 같으면 차라리 시작을 늦췄다.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정작 남는 것은 결과보다 피로감이었다. 잘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생각했는데, 생각이 많아질수록 몸은 굳었고 마음은 먼저 지쳤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강했던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치게 굳어 있었던 것 같다.
도자기나 유리 같은 것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보기에는 아주 단단해 보이는데, 막상 충격이 오면 산산이 깨진다. 반대로 천이나 고무처럼 부드러운 것들은 쉽게 찢어지지 않는다. 힘을 받으면 잠깐 모양이 바뀌었다가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오래 버티는 것은 꼭 가장 단단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느 정도 휘어질 수 있는 것이 더 오래 간다.
사람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완벽주의가 심한 사람들은 대개 성실하다. 대충 하지 못하고, 어떻게든 더 나아지려고 하고, 자기 기준이 높다. 문제는 그 기준이 나를 키우는 선에서 멈추지 않고 나를 몰아붙이기 시작할 때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어느 순간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이 되고, 그 강박은 결국 나를 굳게 만든다. 웃으면서 시작할 수 있는 일도 괜히 숨이 막히고, 원래는 좋아했던 일도 평가를 먼저 떠올리게 된다. 그렇게 점점 단단해진 마음은 별것 아닌 흔들림에도 쉽게 금이 간다.
나는 오래도록 내가 부족해서 자꾸 무너지는 줄 알았다.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더 독하게 마음먹어야 한다고 믿었다. 조금만 느슨해져도 게을러질 것 같았고, 조금만 기준을 낮춰도 뒤처질 것 같았다. 그래서 늘 힘을 주고 살았다. 어깨에도, 표정에도, 마음에도.
그런데 그렇게 힘을 주고 사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나는 더 쉽게 지쳤다.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돌아오는 데 오래 걸렸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시간만 늘어났다. 단단해지려고 애쓴 시간이 나를 지켜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잘 깨지는 상태로 만들고 있었다.
부드러움은 약한 것이 아니다
부드러운 사람은 처음부터 여유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 실수도 해보고, 기대만큼 되지 않은 날도 버텨보고, 민망한 순간과 후회를 여러 번 지나오면서 생긴 태도에 가깝다. 오늘 다 못했으면 내일 다시 하면 된다는 생각, 한 번 흔들렸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라는 믿음,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감각.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사람은 조금씩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그 부드러움은 꾸준함에서 나온다.
매일 대단하게 해내는 꾸준함이 아니다. 그냥 다시 앉는 것, 다시 해보는 것, 어제보다 덜 겁내는 것, 마음에 안 들어도 일단 끝까지 가보는 것. 그런 사소한 반복들이 사람을 유연하게 만든다. 유연한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무너져도 다시 돌아오는 사람이다. 나는 이제 그게 진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의 나는 완벽해야만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부족한 내 모습이 들킬까 봐 늘 조심했고, 조금이라도 어설퍼 보일까 봐 스스로를 더 굳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지나치게 굳은 마음은 나를 보호하지 못한다. 오히려 숨을 막히게 하고, 작은 충격에도 나를 아프게 만든다.
너무 단단한 것은 쉽게 깨진다
그래서 이제는 단단해지기보다 부드러워지고 싶다.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보다 오래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보다 흔들려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매일 조금씩 해내면서, 내 부족함을 견디면서, 그렇게 오래 가는 힘을 만들고 싶다.
결국 나를 지켜주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유연함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유연함은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오늘도 다시 해보는 마음에서 천천히 만들어진다.
완벽함을 향해 스스로를 몰아붙이던 시간보다, 부족한 채로도 계속해본 시간이 결국 나를 더 멀리 데려간다.
늘 단단해야만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었지만, 지나치게 굳은 마음은 오히려 쉽게 지치고 무너진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이 글이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자책해온 누군가에게, 조금은 느슨해져도 괜찮고, 부드러운 태도 또한 충분히 오래가는 힘이 될 수 있다는 작은 위로로 닿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