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숨에 겸손을, 날숨에 감사를
지난달,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뒤 첫 글이 좋아요를 50여 개쯤 받았다. 뜻밖의 숫자에 들떴고, 주위에서도 글을 잘 쓴다며 칭찬을 해줬다. 기쁨은 담장을 타고 피어난 장미처럼 향긋했지만, 곧 자만으로 번져 마음 한구석을 물들였다.
숫자에 취해 내면의 푸른 겸손이 잠시 그늘로 물러났다. "제법 잘 쓰는 사람이 된 걸까." 우쭐함이 자라면서 '먼저 다가오게 만드는 품격 있는 글'을 쓰겠다는, 과분한 생각까지 품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 설거지를 하며 무심히 켜 둔 유튜브에서 흘러나온 이동진 평론가의 인터뷰 한 조각이 안개처럼 끼어 있던 시야를 걷어냈다. 한국 영화 평론의 정점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분이, 여전히 독자 한 명 한 명과 진심으로 소통하려 애쓰고, 자신의 기준으로 누구를 쉽게 판단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는 모습을 들으며 심장이 서늘해졌다.
건방짐과 오만함이 떨어진 꽃잎처럼 바닥에 흩어지는 느낌이었다. 나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는 사람도 낮은 자리에서 먼저 소통을 건네는데, 좋아요 몇 개에 취해 품었던 자만이 볼을 달구었다.
그날,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결심했다. 내 글에 발자국을 남겨준 모든 작가님들의 페이지를 찾아가 정성껏 '좋아요'를 남겼다. 특히 꾸준히 찾아와 주신 분들께는 감사 댓글도 달았다. 그것이야말로 배워야 할 진짜 소통이었다.
스스로를 낮추고, 작은 감사부터 진심으로 표현하는 일. 그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것을 얻었다. 겸손과 감사는 엷은 비처럼, 고개 숙인 자리에서야 꽃내음을 남긴다.
내민 작은 손길이 누군가에게 따뜻함이 될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오만이 차지했던 공간에 조용히 앉은 겸손과 감사가 이제는 내 글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을 지킨다는 것이다. 자만으로 시작했던 글이 감사로 마무리되고, 건방짐으로 시작된 문장이 경청으로 끝나기를 바라며 조금 서툴러도 먼저 다가가려는 이 태도만큼은 꾸준히 지켜 가고 싶다.
다시 한번, 부족한 글을 읽어 주신 당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