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함과 소중함의 차이
골목길에 접어들며 창문을 내리니 저녁 냄새가 스며든다.
운전면허를 취득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맞은편에서 오던 차가 조금만 기다려주면 둘 다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아줌마는 기어코 차를 집어넣었고, 초보 운전자인 나에게는 그 틈이 너무 좁았다.
핸들을 조심스럽게 돌리는데, 갑자기 차체에서 '드드득'—
금속이 벽을 긁는 소리가 내 심장까지 긁어내린다.
순간적으로 손이 얼어붙고, 땀이 손바닥을 적신다.
차에서 내려 흠집을 바라보며, 한참을 멍하니 선다.
출고한 지 얼마 안 된 어머니 차였다.
운전을 자랑하겠다고 빌린 차를 이렇게 만들어버렸다.
집으로 가는 길,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아줌마는 조금만 기다려주지 왜 그랬을까.
내가 좀 더 주의했으면 됐을까.
왜 그 골목에는 불법주차 차량이 그렇게 많아서 길을 좁게 만들어놨을까.
차라리 차를 빌리지 말았더라면,
그냥 오늘 약속을 잡지 않았더라면.
'왜 하필 나지?'
차를 긁은 건 분명 내 실수지만, 그 순간엔 세상 모든 불운이 나를 골라 찾아온 것만 같았다.
불행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멈추지 않았다.
집에 도착해 문을 열자마자 어머니가 부엌에서 고개를 든다.
"차 어땠어? 별일 없었지?"
한참 머뭇거리다, "사실… 옆구리를 좀 긁었어."
순간 공기가 멈춘다.
어머니는 잠시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래도 다치지 않은 게 어디야. 차야 고치면 되지.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일 겪는 거야."
그 밤, 잠자리에 누워서도 어머니 목소리가 맴돌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 말이 내 마음의 매듭을 조금씩 풀어주었다.
며칠 후, 정비소에서 차를 받아오는 길.
깨끗하게 복구된 그 자리를 손끝으로 쓸어본다.
금속의 매끄러운 표면 위로 저녁 햇살이 스며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골목의 풍경.
골목길 저녁 공기처럼,
누구에게나 스며드는 평범한 일들.
우리는 특별하지 않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오늘도, 천천히 이어가는 삶의 낙원에서.
#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