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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속성

김담곤 에세이

by 백일몽

대상 영속성, 평균적으로 생후 8개월 정도 아이가 얻을 수 있는 뇌 인지 능력이다. 눈에 보이는 대상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세상을 깨우치게 되는 시기다. 사람이 기둥 뒤로 숨어도, 존재한다고 자각할 수 있는 힘. 대개 성인은 영속성을 가지고 있다.






"너 귀신 믿어?"


귀신은 무엇일까? 사람이 죽은 뒤에 남게 되는 영혼을 뜻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 만화 영화나 심령 프로그램을 통해 귀신이란 소재를 자주 접했다. 실제로 본 적은 없어도 사회에 친근한 소재가 됐다. 하지만, 귀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은 사회에서 미친놈으로 취급된다. 대개 사람은 눈으로 직접 봐야만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심령 관련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은 귀신을 믿지 않는다.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을 그저 재미로 소비한다. 미신도 재미로 소비한다.


"너 사주 봐줄게."


요즘 젊은 여성이 즐겨하는 놀이 중 하나가 사주다. 점복학 중 하나로, 초자연적인 방법으로 과거의 일을 알아맞히거나, 미래의 운수를 예측한다. 처음엔 누구나 재미로, 아니면 친구의 권유로 받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돈을 지불하고 찜찜함을 사는 이상한 곳이 됐다.


처음엔 미신을 안 믿는 친구도, 우연히 그와 비슷한 상황을 직면하면, 당황하기 시작한다. 아마 그들의 마음속에 작지 않은 믿음이 존재했나 보다. 미신은 그렇게 시작됐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예측하는 사주가 사회에 자리 잡았지만, 귀신의 존재는 왜 부정할까. 단순히 유치함으로 치부하기엔, 사주나 타로카드 보고 있는 사람이 욕하기엔 어불성설이다.






"지구상에 James라는 생명체가 존재할까?"라는 물음에 당신은 뭐라고 대답할 텐가? 우리는 당연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제임스를 본 적도 없고, 어디에 사는 몇 살인지도 모른다. 아무런 정보도 없는데, 어떻게 확신하여 대답할 수 있을까?


대상 영속성은 인지한 경험이 있는 물체가, 시야에 없어도 존재한다고 믿는 것이다. 귀신은 본 적 없으니까, 존재 자체를 부정할 순 있다. 하나, 일면식도 없는 james는 왜 존재한다고 생각할까? 나는 james가 사람이라 한 적 없다. 식물일 수도 있고, 곰팡이일 수도 있다.






도발적이지만, 나는 귀신이 언럭키 종교라고 생각한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 초자연적인 현상을 설명할 수 없었다. 이때 종교가 등장한다. 신의 등장과 함께, 당시 기술로 설명되지 않았던 모든 현상이 설명됐다. 예를 들면, 쉬는 시간은 신이 만든 시간이다.


종교를 믿는 사람들은, 본인이 모시는 신을 존중해 주길 원한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을 그저 '신앙심'이란 단어로 포장하여 추앙한다.


다시 한번 묻겠다. 왜 귀신은 믿지 않는가? 둘 다 본 적도 없는데 말이다.






대상의 영속성, 아이가 세상을 알게 되는 순간 보이지 않아도 믿기 시작한다.


우리는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선택적 영속성은 관점의 편식이다. 흔히 돈 관련 책팔이, 강의팔이 내용에 '인사이트'란 단어를 강조한다. 인사이트 별거 없다. 영속성 기능부터 돌려놓으면 관점은 풍부해질 것이다.


세상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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