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온라인 가면무도회

거짓된 세상, 불행의 가속화

by 백일몽

소셜미디어는 재앙이다.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는 하루하루. 인스타그램이란 온라인 가면무도회는 인생에 도움되는 게 있을까? 내가 인스타그램을 싫어하는 이유들을 나열할 생각이다.








과정의 단축

SNS를 사용하면 노력하지 않아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영어 사전으로 예시를 들어보자. 초등학교 시절 영어 공부를 하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어 사전을 집어 들었다. 책 측면에 알파벳순으로 색칠되어 있고,우리는 원하는 철자를 골라서 핀다.


피면 끝나나? 다시 정렬된 알파벳순으로 단어를 찾는다. 한 단어를 찾기까지 과정이 생각보다 귀찮다. 하지만, 요즘은 모르는 단어를 굳이 사전을 통해 찾지 않는다. 그냥 검색만 하면 된다.


현재 그런 과정을 단축시킨 것이 릴스와 숏폼이다. 방구석에 누워서 단 15초 이내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심리적 보상으로 도파민을 계속 받으니까 어느새 중독되어 간다. 어느 순간부텀 무념무상으로 손가락을 쓸어 넘기는 자신을 마주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의 목적은 멀리 있는 사람과 연락할 수 있느 것에 있따. 만나지 않아도 그 사람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그 일상 공유에도 큰 문제가 있다.









행복이 가진 의미의 확장

소확행이란 단어가 유행했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란 뜻이다. 진짜 멋진 단어다.


옛날엔 성공과 행복을 동일하게 봤다. 하지만 지금 골똘히 고민하면 의하한 점이 하나 생긴다. 성공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게 과연 행복할까? 매일 아침 지친 몸을 일으켜서 출근하는 것이 행복한 게 맞을까? 여기서 워라벨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워라벨의 등장으로 행복의 정의가 확장됐다. 오늘날 행복은 건강이다. "건강한 게 최고야"라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사실 이런 의미 확장도 고령화 사회와 관련되어 있다.


생산층 평균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시니어는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젊은 생산 인구는 줄고, 정년이 연장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어떻게 보면 워라벨이란 단어는 젊은 사람을 위한 단어가 아니라, 시니어 시티즌을 위한 단어다.


아무튼. 좋은 의미의 소확행도 변질됐다. 여러 기업이 SNS를 기반으로 단어를 사용하며 마케팅했다. 명품은 아니지만, 고가의 물품을 구매하고 SNS에 업로드한다. (사실 소확행 유행도 지났다.)


일상을 공유하는 척하지만, 사실 고가의 물품을 과시하는 행위다. 행복은 본인이 행복하면 된다. 굳이 남한테 티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오운완이라 하면서 본인 몸 사진을 그렇게 올린다. 어느새 본인이 느끼는 행복을 남한테 자랑하는 과시 문화가 등장했다. 여러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니까, 군중심리가 생긴다.다른 사람도 놀러 가면, '나도 여행 사진을 올려야 하나?'와 같이 고민하게 된다. 스토리를 의무감으로 느낀다는 말이다.


그럼 혹자는 내게 묻는다. "아니, 내가 행복해서 올리겠다는데 왜 너가 화내?"


솔직히 할 말 없다. 그래서 찐따마냥 여기다 글 쓰고 있다.









자기최면

"트렌드 코리아"에선 이런 사람을 육각형 인간이라 부른다. 사실 내가 읽었던 모든 책에서, SNS 유저를 비판했다. 책마다 칭하는 단어만 달랐을 뿐이다.


SNS의 과시 문화는 영토를 지속적으로 확장했다.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스토리를 올리다 보니까, 본인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욕구가 발동한다. 더 예뻐지고, 더 몸이 커지고, 더 부유해지고, 더 완벽한 모습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소신 발언 좀 하겠다.

초중고여학생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얼평이다. 일단 내가 걸어왔던 길에선 그랬다. 얼평은 남의 얼굴을 평가한다는 뜻이다. 얼핏 보면 외모지상주의를 극도로 반대하는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처럼 들린다. 하지만 누구보다 외모지상주의를 사랑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단어다.


성형 왜 해? 화장 왜 해? 라는 질문에 이들은 대답한다. "이거 다 자기만족이야"


아니다. 그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니까, 더 예뻐지고 잘생겨지고 멋지고 싶어서 꾸밈노동 하는 것이다. 그냥 솔직하게 예뻐지고 싶어서, 잘 보이고 싶어서라고 인정하면 되는 걸 왜 자기만족이란 단어로 포장할까?


SNS는 모두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려 하는 공간이 되었다. 인스타그램은 온라인 가면무도회다. 가면을 쓴 사람과 자신의 외모를 비교한다.


비교는 불행을 가속화한다.


행복한 일상을 공유하는 건 찬성하지만, 행복을 과시하는 의무감은 덜어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칫 내 말을 오해할 수 있으니까 예시를 들면 이렇다. 치구와 여행 가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 행복이 맞다. 하지만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오리는 건 행복이랑 관련이 없다.


혹자가 또 말한다."나도 알아, 행복이랑 관련 없는 것. 근데 내 일상을 공유하겠다는데 무슨 상관?"

이에 대한 답은 블로그 불안세대 서평에 자세하게 나와있다.








유행의 문제점

유행이 참 빠르게 오고 빠르게 식는다. 마라탕, 탕후루,두바이 초콜릿.. 심지어 필자는 두바이 초콜릿 유행이 지나고 알았다.


뭐 우리야 유행에 따라 소비하면 그만이지만, 소상공인은 금전적으로 크게 피해를 입는다. 탕후루가 유행해서 가게를 차렸지만, 지금은 폐업한 곳이 아주 많다.


이런 유행의 단축은 숏폼에서 온다. 인스타그램에 유행하느 음원이 주 단위로 바뀐다. 유행하는 밈도 매한가지다. 도파민에 절여진 뇌가 쉽게 싫증을 느끼는 걸까나? 여기서 할 말이 굉장히 많은데, 정치 관련으로 넘어갈 수도 있으니 함구해야 겠다. 춍춍









긴 컨텐츠는 싫어요

내가 블로그를 시작할 때, 내 컨텐츠는 수익이 날 수 없는 모델이라 말한 근거가 여기있다.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정보를 원하는 현대인이 볼 때, 내 글은 그저 뭉텅이로 쌓인 읽기 싫은 컨텐츠에 불과하다. 이를 수익화하려면 함축적인 이미지로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란 사실 알고 있지만.


읽고 스스로 사고하는 힘도 없는 사람을 소비자로 삼고 싶진 않았다. 사실 트렌드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손해보는 건 나다. 난 아마도 도태될 것이다.


그치만.. 가면 무도회에 참석하여 완벽한 사람인 척, 행복한 척 과시할 바엔 도태된 행복남으로 살겠다.

keyword
이전 11화사회차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