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담곤 에세이
나에게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그건 내 정체성에 관한 것이다. 나는 고집이 세다. 보수적이고, 의견을 꺾지 않는다. 내가 생각한 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답답함을 느낀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달려들진 않는다. 인간관계에 피곤함을 크게 느끼기에.
"넌 따박따박 말대꾸를 한다. 한마디를 안 진다."
"어어 지금도 그래. 그냥 '네'하라고 ㅋㅋ."
가히 충격이었다. 나름 이런 성격을 잘 숨기고, 열심히 수긍하는 자세를 취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은연중에 본모습이 나왔나 보다. 내 고리타분한 모습이 타인에게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 창피했다.
말대꾸는 사실 생산적인 의사 표현이다. 각자의 의견을 공유하고, 개선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만큼 생각적인 활동이 있을까 싶다.
받아들이지 않는데, 어떻게 생산적이냐?
암만 꽉 막힌 사람이라도 변화를 추구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살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온종일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는 건 절대 아니다. 우리도 변한다.
플라톤의 『 국가 』에선 '올바름'이란 단어를 정의하는 데만 책의 절반을 사용한다. 소크라테스와 여럿 아테네 학자들 간에 대화 동안에, 소크라테스는 한 번도 본인이 생각하는 '올바름'을 말한 적이 없다.
그저 상대방이 생각하는 올바름을 철저히 짓밟을 뿐이다. 직접적으로 올바름의 정의를 말하지 않고, 우회하여 상대방을 세뇌시킨다. 이걸 변증법이라 부른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각자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대화하면서 진리를 확립하는..
나는 말대꾸도 변증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나도 상대방의 의견에 굽히지 않고 내 주장을 떠들어대는 게 어찌보면 진리나 지혜를 찾을 수 있는 여정이 아닐까 하여.. 이게 미소 띤 허무주의다.
물론 말대꾸가 사회생활에 좋지 않은 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하고 꽉 막힌 게 잘못된 건 절대 아니다. 지금도 안 굽힌다. 자기주장 겁나 강하다. 근데 내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