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창의적 글쓰기

김담곤 에세이

by 백일몽

양자역학이 미지의 세계인 것처럼, 뇌과학 역시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 많다. 그만큼 복잡하고 섬세한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진 기관이 뇌다. 신경 간 소통은 중학교 때 배웠으니 생략하자.


뇌가 우월한 기관인 이유는 뇌 가소성에 있다. 영어로 neuroplasticity라 한다. 흔히 성형외과를 플라스틱 서저리라 하는 걸 들어봤을 것이다. 플라스틱이라는 단어 자체가 변형이 쉬운 성질을 의미한다.


인간은 다섯 살이 되면 뇌의 90%가 발달한다. 그렇다고 뇌 기능이 채워진 것은 아니다. 부피만 컸을 뿐, 이제 여기에 기능을 넣어야 하는 단계다.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아주 긴 성장기를 가진 이유는 이 때문이다.


우리는 부모님의 보살핌 아래 적어도 중학교까지 15년이란 기간 동안 보호받는다. 우리 엄마는 아직도 내가 술 마시는 날에 22시가 되면 전화한다.




『 불안세대 』에서 뇌의 특정 구역이 발달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를 경험 기대적 발달 (experience-expectant development)라고 부른다. 특정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 특정 부위의 유연성이 커진다. 즉 뇌의 부위가 발달하는 시기는 정해져 있다.


"난 이미 성장기가 지나서, 발달 시기를 놓쳤는데 어째요?"


바로 이를 보완해 주는 게 뇌 가소성이다. 우리 뇌는 끝없이 신경 회로를 구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어린 시절 공부를 안 해서 멍청해도, 성인 때 공부하기 시작하면 뇌신경은 그쪽으로 뻗어갈 수 있다.




"우리 집은 공부를 못해, 공부머리가 아니야."


『 건강의 뇌과학 』에 "인간의 뇌는 유전이 25%, 경험이 75%"라는 문장이 있다. 즉 공부머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소리다. 노력만 하면 누구나 유연한 뇌를 가질 수 있다. 해당 책에선 어떻게 하면 뇌를 발달시킬 수 있는지 자세하게 나와있다.


저자가 추천하는 방법 중 마음에 드는 한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일단 효과적인 세 가지 방법 중, 춤추기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논외다.


다른 방법은 언어 공부다. 언어 공부만큼 두뇌를 활성화하는 좋은 방법은 없다고 한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방법이 바로 창의적 글쓰기다.




MBTI에서 N을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설명하던가? 어릴 때부터 잡생각이 많았다. 이런 비현실적인 상상은 커가면서 사라졌다. 나이가 들면서 현실적인 상상을 자주 한다. 이는 나를 애늙은이로 만들었다. 항상 복잡하게 생각하고,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나누는 등, 내 뇌를 혹사시키고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생각 덕분에,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의견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24년부터 글쓰기를 시작해서 참 많이도 썼다.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됐고, 의견을 확실하게 만들 수 있고, 내 색을 결정할 수 있었다.


이런 글쓰기 활동이 어떻게 도움이 될까?


"창의적 글쓰기는 뇌의 신경 회로를 복잡하게 활성화하여 인지 능력을 향상한다." 뉴런 저널 (2018)

"글쓰기가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이고, 뇌의 가소성을 증가시킨다." UCLA 신경과학 연구(2014)

뇌의 인지능력은 사물을 인지하고, 판단하고, 사고하는 힘을 말한다. 아직 문제 해결 능력을 경험한 적은 없다.


"감정을 표현하는 글을 지속적으로 쓴 사람이 코티졸이 감소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 (2007)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글쓰기가 정신 건강을 개선하고, 면역력까지 높인다." 텍사스 대학 심리학 연구 (1997)

이는 사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감성 에세이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러면 작가는 예쁜 쓰레기 책을 집필하면서, 본인의 뇌 기능도 올리고, 그걸 돈으로 팔고 있다는 소리다. 소비자에겐 아무런 이득이 없다. 사지 말자. 소비자는 그런 감성 에세이를 읽을 바에, 일기를 한 번 써 보자. 코티졸은 흔히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기 쓰면 정신건강도 좋아지고, 뇌 인지 기능도 올라가니 안 할 이유가 없다.


"논리적으로 글을 쓸수록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증가한다." 카네기멜런 대학 (2016)

"글쓰기를 많이 한 학생일수록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고, 분석적 사고력이 강하다." 하버드 교육 리뷰 (2012)

무언가 하나를 깊게 고찰하는 건 습관이라서, 이미 능했다. 하지만 문제 해결력이 증가한다는 말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지금도 종일 인스타 릴스나 보면서 뇌를 녹이고 있는 당신. 우연히 내 요상한 글을 보는 당신. 지금 당장 펜을 들고, 일단 한 줄이라도 써보자. 우리 뇌는 지금도 성장기다.

keyword
이전 01화잡념의 시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