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없이 맑은 하늘로 맞이한 산티아고에서의 두번째 날. 이모가 차려준 푸짐한 한 상으로 든든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남미의 과일은 정말 달고 맛있고 저렴하다. 한국에 온 지 두 달 정도 지나서 여행을 되짚어보며 글을 쓰는 중인데, 지금 시점에서 남미의 어떤 것이 가장 그립냐고 묻는다면 단연 당도 높은 과일이라고 하겠다..
오늘은 삼촌네 가족과 산티아고 시내여행을 하기로 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우리나라의 롯데타워와 같은 코스타네라 센터. 코스타네라 센터는 남미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쇼핑몰, 호텔, 사무실 등이 들어와있는 복합공간이다. 가장 높은 건물이니만큼 산티아고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저 멀리 안데스 산맥이 보인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서울이랑 별 다를 바 없어보인다. 그래서일까 이 곳에서 보는 전망은 그다지 기억에 오래 남지 않았다.
다음 코스 (!)를 위해서 30분 정도 차를 타고 이동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산티아고의 하늘에는 구름이 별로 없었다. 같은 남미의 브라질 하늘은 조금 더 채도가 높은 쨍한 파랑이라면, 산티아고의 하늘은 흰색이 조금 더 섞인 하늘색에 가깝다. 차 안이어서 시원했지만, 바깥은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바람에 뜨겁다.
오늘은 시내투어와 더불어서 와이너리 투어를 하기로 했다. 남미의 와인, 그 중에서도 칠레의 와인이 유명한 것은 술을 잘 마시지 않은 사람이라도 잘 알 것이다. 칠레는 공기가 맑고 건조하고 일조량이 높아 와인을 만들기 위한 포도를 기르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Viña는 스페인어로 '와이너리'를 뜻한다. 아마도 '와인'을 뜻하는 Vino에서 파생된 단어가 아닐까 싶다. 첫번째 와이너리는 Santa Rita. 칠레의 대표적인 와이너리 중 하나이다.
보이는 것보다도 훨씬 넓은 포도밭이 있다고 한다. 와인을 만들기 위한 포도는 알이 매우 작고 당도가 높다. 수분을 많이 머금을수록 알은 크게 영글지만 당도는 떨어지기 때문에, 최소한의 수분만 공급해서 포도를 재배한다고 한다. 와이너리 안을 이동하는 마차도 우연찮게 마주치게 되어 약간의 팁을 주고 마차를 타고 와이너리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와이너리 내부에 있는 Doña Paula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유지보수하며 세월을 지킨 식당. 나는 와인에 문외한이라 잘 모르지만, 점심식사와 곁들인 Medalla Real Gran Reserva 라는 와인이 매우 맛있는 와인 중 하나라고 하더라..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다음 와이너리로 향했다. 이곳은 Concha y Toro. 여기서는 1시간짜리 투어를 신청했다. 여기서는 와이너리 내부의 역사를 설명듣고 시음도 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정말 유명한 Diablo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볼 수 있다.
녹음이 짙고 볕이 잘 드는 야외 테이블에서 와인 시음을 해볼 수 있다. 화이트 와인 하나, 레드 와인 두 개를 먹었는데 가이드인 발테르가 각 와인이 어떤 음식과 페어링하면 좋은지 알려주고 각 와인은 어떤 품종인지 어떤 맛인지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이 와이너리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은 Casillero del Diablo. 한국에서도 많이 마시는 와인인데, 직역하면 악마의 창고라는 뜻이다. 이 와인이 아주 맛이 좋아서, 이 와이너리의 와인이 자꾸 도난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래서 주인이 이 와이너리에 악마가 출몰한다는 소문을 퍼뜨려서 와인을 지켰다고 한다.
와이너리 투어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내일은 지구의 남쪽으로 날아가야 하니까 정비를 해야 한다. 마음이 너무나도 편하고 행복했던 산티아고에서의 밤도 오늘이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