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세편 5 : 심장소리

아빠 육아일기의 시작

by CㅇSMㅇS

스피커를 찢을 듯한 심장소리

임신 확인 후 2주가 지났다. 오늘은 드디어 아기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었다.

병원 가는 길 내내 긴장과 기대가 뒤섞였다. 진료실에서 의사는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았다. 아내가 침대에 누우니 간호사가 배에 차가운 젤을 발랐다. 초음파 기계의 프로브가 천천히 움직이자 모니터에 흑백 영상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무엇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어려웠다. 의사가 모니터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작은 원 안에 더 작은 무언가가 깜빡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기계를 조작하자 갑자기 진료실에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쿵쾅쿵쾅쿵쾅쿵쾅.

빠르고 힘찬 소리였다. 스피커를 찢을 듯이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심장소리. 그 순간 우리는 숨을 멈췄다.

쿵쾅쿵쾅쿵쾅쿵쾅.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내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아내도 내 손을 꽉 쥐고 있었다. 정말 생명이 있었다. 우리 안에, 아내의 뱃속에 새로운 생명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그 작은 심장이 열심히 뛰고 있었다.

"분당 158회. 아주 좋습니다. 아기가 아주 건강해요."

의사 선생님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온 신경이 그 심장소리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내 평생 들어본 소리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다.

잠시 후 초음파 사진이 나왔다. 흑백의 흐릿한 사진이었지만, 우리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진이었다. 사진과 함께 마치 난임 병원 졸업장과 같은 임신확인서를 발급받고, 우리 둘은 기념으로 마리아 병원 간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찍기도 참으로 눈치가 보였다. 병원 안에는 과거의 우리처럼 간절하게 아기 소식을 기다리는 부부들로 가득했고, 그들에게 우리의 들뜬 모습이 실례가 될까봐 조심했다.

"정말 있어. 정말 우리 아기가 있어." "응, 정말 있어. 심장소리도 들었어."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우리는 들떠서 이야기했다.


태명 짓기

집으로 돌아와서도 우리는 초음파 사진을 계속 들여다봤다.

"여기가 머리고, 여기가 몸통인가?"

사실 사진 속의 아기는 콩알만 했다. 무엇이 무엇인지 정확히 구분하기 어려웠지만, 그 작은 존재가 우리에게는 전부였다.

"우리 태명 정해보자." "음... '개똥이'? 천하게 지어야 잘 큰다며." "개똥이? 진짜 왜 이래."

결국 초음파 사진 속 모습이 콩알 같다고 해서 '콩'이라고 지었다.

"콩이면... 킹콩처럼 튼튼하게 자라겠지."

내 농담에 아내는 헛웃음을 지었다.

"진짜 킹콩 되면 책임져."


정부의 육아 정책들

임신축하바우처인 국민행복카드도 발급받았다. 2019년 당시에는 60만 원이 지급되었다. 우리는 군 단위에 거주 중이었기 때문에, 분만취약지역이라 원래 60만 원에 20만 원을 얹어 80만 원을 받았다. 2025년 기준으로는 100만 원(다태아 140만 원)이 지급된다.

계좌로 현금을 받는 방식이 아닌, 일종의 포인트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산부인과나 약국에서 결제할 때 바우처 잔액으로 결제해달라고 요청하면 됐다.

그리고 임신으로 자연스럽게 아내는 질병휴직에서 육아휴직으로 전환했다. 2019년 당시 육아휴직수당은 첫 3개월은 통상임금의 80%, 이후 9개월은 50% 수준으로 총 1년간 지급되었다. 2025년 기준으로는 제도가 개선되어 첫 6개월간 80%, 이후 12개월간 50%, 총 18개월간 지급된다. 현실적인 금액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진화해 온 셈이다.

우리는 군 단위에 거주 중이라 '찾아가는 산부인과'라는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었다. 찾아가는 산부인과 서비스는 산부인과가 없는 의료 취약지역에 매월 2회씩 검진 버스가 와서 무료로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였다. 보건소로 전화해서 예약하고 검진 버스가 오는 날에 보건소로 찾아가면 되는, 정말 편리한 서비스였다.

기본적인 초음파 검사부터 각종 검사를 모두 해주기 때문에, 날짜만 맞춰서 보건소에 가면 병원에 방문할 일이 전혀 없었다. 한국은 세계적인 저출생 국가이지만, 이런 디테일한 정책이 있음에 감사했다.


아빠 육아일기의 시작

산모수첩을 받고 거기에 매번 검진 때 받은 초음파 사진을 붙였다. 그리고 아내는 거기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콩이를 만나는 기대감과 건강함을 염원하는 마음부터, 입덧이 심할 때는 "엄마 좀 그만 아프게 하라"는 귀여운 원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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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보고 나도 함께 콩이에게 쓰는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아내는 산모수첩뿐만 아니라, 맘스 다이어리라는 인터넷 사이트에도 일기를 썼다. 아내가 쓰는 걸 보고 나도 바통을 이어받아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육아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요즘도 매일매일 일기를 쓴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아이의 모습을 하나하나 기록해 둔 것은 내 삶의 큰 보물이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육아 에세이를 쓰는 소중한 자료가 되었다.


첫 부모

첫 심장소리를 들은 그날부터 우리의 진짜 부모 되기가 시작되었다. 콩알만 한 작은 생명체가 들려준 그 강렬한 심장소리는 지금도 귓가에 맴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첫 순간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첫 발차기, 첫 만남, 첫 울음소리, 첫 미소...

얼른 콩이를 만나고 싶었다.


일본어판 : 混世編 5:心臓の音|COSM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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