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세편 7 : 생명의 무게

아내의 고생

by CㅇSMㅇS

그 설렘의 순간

"딸입니다."

의사 선생님의 담담한 한 마디가 내 가슴을 쿵 치고 지나갔다. 예상했던 말이었는데도 다리에 힘이 풀렸다. 12주부터 매번 검진 때마다 초음파 화면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미사일'을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딸일 거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20주 검진 때의 의사의 확정선고가 확신을 더해주었다.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딸이 귀엽기도 하지만, 나는 나의 여자 버전이 어떨지 궁금했다. 내 얼굴과 내 체형을 닮는다면? 백 번 사죄해야겠지만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빠와 딸의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아빠가 되어주고 싶었다.

게다가 내 취미 대부분이 딸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나는 스포츠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애니메이션 보기, 피아노 치기, 책 읽기 등이 취미기 때문이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벅찼다.

특히 피아노는 내가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다. 딸과 함께 연탄을 치는 모습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설렜다. 작은 손으로 건반을 두드리며 "아빠, 이거 맞아?" 하고 물어보는 모습까지 그려졌다.

20주 검진에서 성별을 알게 된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유독 가벼웠다. 이제 정말 실감이 난다. 몇 개월 후면 작은 딸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 아이와 함께 새로운 인생 챕터를 써 나가게 될 것이다.

그 날부터 콩이의 태명은 콩순이가 되었다. 아내는 "콩순이가 더 예쁘네"라며 배를 쓰다듬었다. 나도 그날부터 "콩순아, 아빠야"라고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아내의 희생

여름이 되자 우리 동네에서는 축제가 열렸다. 불꽃놀이가 펑펑 터지는 소리에 콩순이가 깜짝 놀라는지 배 속에서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다. 아내는 배를 쓰다듬으며 "괜찮아, 콩순아. 예쁜 불꽃이야"라고 속삭였다.

"혹시 무서워하는 건 아닐까?" 내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니야, 신나하는 것 같아. 평소보다 훨씬 활발하게 움직여."

정말 신기했다. 뱃속에서도 바깥 세상의 소리를 듣고 반응한다니. 콩순이도 우리와 함께 축제를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지역 걷기대회에도 참여했다.

걷는 내내 콩순이가 계속 움직였다. 마치 함께 걷고 있다는 듯이. 조금 걱정되기도 했지만, 콩순이의 움직임을 느낄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졌다.

"우리 콩순이 운동선수 되려나?"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아빠가 매니저 해줄게." 나도 덩달아 웃었다.

걷기대회가 끝나고 경품행사가 있었다. 매년 참여하는 행사였는데, 항상 임신부라고 하면 선물을 주는 좋은 관행이 있었다.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경품은 하나도 못 얻었지만, 올해는 하나 받겠구나 싶었다. 역시나 임신부라고 하니 실내 운동용 자전거를 선물로 줬다. 무거워서 주차장까지 낑낑대며 들고 갔다.

무게를 보니 15kg 정도였다. 주차장까지 끌고 가면서 '이거 진짜 무겁네' 싶었는데, 문득 궁금해졌다. 아내가 만삭일 때 느끼는 콩순이의 무게가 얼마나 될까?

집에 와서 찾아보니 놀라웠다. 만삭 임신부가 느끼는 총 무게가 약 15kg라고 했다. 방금 전 주차장까지 끌고 가느라 힘들어했던 바로 그 무게를.

아내는 이 무게를 24시간, 몇 달째 온몸으로 지탱하고 있었다. 잠들 때도, 일어날 때도, 걸을 때도. 그런데도 불평 한 번 하지 않고 오히려 "콩순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며 기뻐했다.

그 순간 아내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새삼 깨달았다. 그 무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우리 가족을 위한 사랑과 희생의 무게였다.


베이비페어 쟁탈전

육아용품도 하나하나 준비해 나갔다. 카시트부터 시작해서 아기띠, 자외선 소독기, 각종 수납통, 유모차 등등. 일부는 구매했고 대부분 주변에서 필요 없어진 걸 많이 얻었다.

처음에는 뭐가 필요한지 몰라서 인터넷을 뒤지고 육아 카페를 전전했다. "신생아 필수템 리스트"라는 글을 수십 번 읽어봤지만, 정작 뭐가 진짜 필요한 건지 감이 안 왔다.

그러다가 서울 코엑스에서 베이비페어 행사를 한다는 정보를 듣고는 참석하기로 했다.

베이비페어 당일, 마침 내 친구들 아내도 임신 중이어서 총 세 커플이 함께 가기로 했다. 그런데 한 부부가 완전 열정파였다.

"우리 일찍 가자. 좋은 사은품들은 금방 떨어진다더라."

한 친구가 전날 밤에 전화를 걸어왔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베이비페어 공략법까지 찾아봤다고 했다.

당일 아침, 우리가 여유롭게 도착했을 때 그 부부는 한참 전에 도착해서 한 바퀴 돌았다고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친구가 대형 여행용 캐리어를 끌고 있었다. 아내도 큰 에코백을 여러 개 들고 있었고.

"끝나고 어디 여행 가는 거야?" 내가 물었다.

"아니야, 이거 사은품 담을 용도야. 벌써 한 바퀴 돌면서 다 쓸어왔지. 자, 여기 너네들 것도 좀 받아왔다."

친구 아내는 심지어 메모장까지 들고 있었다.

"잠시 후에 1시부터는 A홀 3번 부스는 기저귀, B홀 7번은 분유 샘플..."

정말 대단한 부부였다. 시간이 되지마자 둘은 바로 뛰기 시작했다.

우리와 또 다른 친구 부부는 천천히 여유롭게 구경했지만, 친구 부부의 열정에 감탄했다.

"사실 사은품보다도 이렇게 같은 처지의 임신부를 만난 게 더 좋은 것 같아."

아내가 말했다. 정말 그랬다.

친구 아내들과 아내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자니 놀라웠다. 처음 만났는데도 마치 오래 알던 사람들 같았다.

"입덧 언제까지 하셨어요?"
"태동 언제부터 느끼셨어요?"
"밤에 잠 못 자시죠?"

질문 하나하나에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공감했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사이처럼. 같은 길을 걷는 동지 같았다.

대화를 마친 아내의 얼굴은 훨씬 밝아 보였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하고 위로받은 듯했다.

임신은 고된 여정이지만, 같은 시간을 걷는 이들과의 공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새삼 느꼈다.

"우리 애들 태어나면 자주 만나서 같이 키우자. 여행도 같이 다니고."

친구의 제안에 모두가 웃었다. 아이들이 함께 자라며 만들어갈 이야기들이 벌써부터 기대됐다.


일본어판 : 混世編 7:妊娠という重み|COSMOS

중국어판 : 混世篇 4 :怀孕的重量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豆瓣阅读

keyword
이전 07화혼세편 6 : 아빠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