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부모의 탄생
세상이 무섭니?
예정일이 지났지만, 콩순이는 여전히 엄마 뱃속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혹시 이 차가운 세상이 무서운 걸까. 세상이 차갑더라도, 우리 집은 따뜻한 곳인데.
아내는 매일 한 시간씩 산책을 하며 자연 진통을 기다렸지만, 우리 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예정일이 3일을 넘어서자, 우리는 서둘러 출산 가방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다. 담당 의사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더 기다리기엔 위험합니다. 오늘이 마침 제가 당직이니, 유도분만을 시작하는 게 좋겠어요."
아내는 아이가 스스로 세상에 나오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의사의 단호한 권유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오늘 저녁 중으로는 출산이 될 거라고 했지만,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안했다.
유도분만은 약물이나 의료적 처치를 통해 인위적으로 진통을 유발하여 분만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유도분만을 시작했지만 끝내 제왕절개까지 했다는 사례들을 들어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약물을 투여하고 침대에 누운 아내 곁에 앉자, 간호사가 와서 양수를 터트렸다. 절차 하나하나가 낯설고 두려웠다. 아내는 얼마나 무서울까. 나는 일부러 태연한 척 농담을 던졌지만, 내 목소리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내 생애 가장 긴 밤
진통이 시작되자, 우리는 함께 연습했던 라마즈 호흡법을 실전에 적용했다.
라마즈 호흡법은 일정한 리듬과 패턴으로 호흡을 조절해 산모의 긴장과 통증을 완화하는 출산 보조 방법이다.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고 함께 호흡을 맞췄다. "후~ 후~ 후~" 진통이 올 때마다 우리는 마치 한 몸인 것처럼 호흡을 맞춰갔다.
진통 주기가 점점 짧아질수록 아내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굵어졌다. 참으려 애쓰는 표정, 내 손을 꼭 쥔 힘에서 절박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내의 고통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찢어질 듯했다.
"내가 대신 아파줄 수만 있다면..."
무력감에 눈물이 났다. 식욕도, 시간 감각도 모두 사라졌다. 오직 아내의 손을 붙잡은 감각만이 현실이었다.
의사는 저녁 즈음 아기가 나올 것이라 했지만, 자정을 넘어도 아기는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
"아기가 너무 안 나오고 있어요. 이대로면 산모와 아기도 위험할 수 있어요. 제왕절개를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상상했던 여러 시나리오 중에서도 최악의 경우였다. 진통은 진통대로 전부 느끼고 제왕절개로 끝나는. 아내는 "조금만 더 힘내볼게요"라며 1시간을 더 버텼지만, 딸은 정수리 부분만 나온 채 더 이상 나오지 못했다.
수술실 앞의 20분
정신없이 수술 동의서에 서명하고, 수술실 앞까지 아내를 배웅했다. 아내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수술실 문이 닫히는 순간, 나는 텅 빈 대기실에 홀로 남았다.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제발... 아내와 아이 모두 무사하게 해주세요."
머릿속은 온통 걱정뿐이었다. 혹시라도 아내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1% 난임 부부라는 벼랑 끝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수천 가지 상상이 머릿속을 휘몰아쳤다.
20분이 마치 20시간처럼 느껴졌다.
생명과의 첫 만남
드디어 간호사가 인큐베이터를 끌고 수술실에서 나왔다. 벌떡 일어나 달려갔다. 투명한 인큐베이터 안에 작고 붉은 아기가 조용히 누워 있었다.
처음 딸을 본 인상은 "작고 쭈글쭈글하네"였다. 이 작은 녀석이 아내를 그렇게 고생시켰다는 생각에 잠깐 원망도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연약한 생명이 긴 여정을 거쳐 우리 곁에 와줬다는 사실에 뭉클하고 경이로운 감정이 밀려왔다.
간호사가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눈, 코, 입, 귀, 손가락, 발가락... 하나하나 건강하다고 말했다. 성별도 다시 한 번 확인해주었다.
"따님이 맞습니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내밀었다. 딸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반사적으로 내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시간이 멈춘 듯했다.
세상이 조용해지고, 오직 손끝으로 전해지는 작은 온기만이 생생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경이롭고 벅찬 순간이었다.
엄마의 마음
잠시 후, 아내가 수술실에서 나왔다. 아내는 비몽사몽한 얼굴로 아기를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는 안도와 후회, 그리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성애가 뒤섞여 있었다.
의사가 수술은 잘되었으며, 탯줄이 아기의 발목을 감고 있어서 아기가 못 나온 거라고 했다. 그래서 딸의 발목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었다.
너도 정말 힘들었겠구나. 필사적이었겠구나.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딸은 신생아실로, 우리는 병실로 이동했다. 마취가 풀리자 아내는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간호사는 "지금 잠들면 안 됩니다"라고 당부했다. 그래서 나는 밤새 아내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잠을 쫓았다.
"딸을 품에 제대로 안아보지도 못하고 떠나보내서... 마음이 너무 아파. 내가 엄마인데도 뭘 해준 게 없네. 탯줄이 발목을 감고 있었다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콩순이도 엄마의 마음을 다 느꼈을 거야. 엄마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이야."
아내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을 훔쳤다. 그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에는 지난 몇 년간의 기다림과 오늘 하루의 고통, 그리고 앞으로의 사랑이 모두 담겨 있었다.
100%
새벽이 밝아오자 양가 부모님이 병실에 도착했다. 장모님은 수술 가운을 입고 누워있는 아내를 보며 눈시울을 붉히셨다.
"우리 딸, 정말 고생했어."
"아니야, 엄마..."
짧은 대화였지만, 병실에 있던 모든 사람의 가슴이 먹먹해졌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부모가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마음 깊이 새겨지는 순간이었다.
신생아실 개방 시간이 되어, 모두 아기를 만나러 갔다. 딸은 말끔히 씻겨, 새하얀 수건에 감싸인 채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숨 쉬는 리듬에 따라 몸이 조용히 오르내리는 것을 보며, 나는 완전히 빠져들었다.
"이 작은 꼬맹이가 먼 길을 돌아 우리에게 와줬구나."
한참을 바라봤다. 1% 난임부부에서 실패들을 거쳐, 마침내 이 순간까지. 지난 몇 년은 나에게는 혼세의 시기였다. 하지만 딸을 보면서 이 세상에 확신이 들었다.
이제 우리는 100%다.
일본어판 : 混世編フィナーレ:1%から100%へ|COSMOS
중국어판 : 混世篇终章:从1%到100%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这里有一个休了3年育儿假的爸爸 | 豆瓣阅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