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185cm 아빠의 비애, 거북이가 되다
육아는 체력전이라지만, 나에게는 치명적인 '자세'의 문제이기도 했다. 내 키는 185cm. 대한민국 평균을 훌쩍 넘는 장신이다. 문제는 내 파트너인 딸의 키가 내 무릎 언저리라는 점이었다. 아이와 눈을 맞추거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걸으려면, 나는 필연적으로 허리와 어깨를 구부정하게 숙여야 했다.
어느 날, 아내가 찍어준 사진을 보고 나는 경악했다. 사진 속에는 웬 거대한 물음표, 아니 거북목 증후군 말기 환자가 서 있었다. 구부정한 등, 앞으로 튀어나온 목. 30개월간의 육아가 내 몸에 남긴 훈장 치고는 너무 볼품없었다.
"이대론 안 된다. 다시 몸을 만든다." 하지만 육아휴직 아빠에게 헬스장은 사치였다. 그래서 나는 거실을 헬스장으로 개조했다. 그리고 그곳엔 아주 엄격하고 무거운 '관장님'이 상주하고 계셨다.
살아있는 덤벨, 강제 점진적 과부하
나의 주력 종목은 푸시업이다. 하지만 맨몸 푸시업은 우리 관장님 성에 차지 않는다. "서은아, 아빠 등에 타!" 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관장님은 "이야! 말타기다!" 하며 내 등짝에 올라타신다.
처음 시작할 때 관장님의 무게는 약 10kg. 가볍게 몸을 푸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딸은 무럭무럭 자랐고, 현재는 20kg에 육박한다. 헬스 용어로 말하자면 이것이야말로 완벽한 '점진적 과부하'의 정석 아닌가. 내 의지와 상관없이 매일매일 중량이 늘어난다. 딸의 성장 속도에 맞춰 내 가슴 근육과 삼두근도 비명을 지르며 강제 성장 중이다.
등 위에서 "아빠, 더 빨리! 더 높이!"를 외치며 발을 동동 구르는 통에, 중심을 잡느라 코어 근육까지 단련되는 건 관장님의 특별 보너스다.
깐깐한 관장님의 스쿼트 머신
하체 운동은 스쿼트로 해결했다. 20kg짜리 딸을 안고 하는 스쿼트는 웬만한 바벨보다 자극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 관장님은 요구사항이 디테일하다.
"아빠, 이번엔 공주님 안기!" "이번엔 코알라처럼 안아줘!"
그립과 자세를 계속 바꿔야 하니, 근육의 다양한 부위를 골고루 타격할 수밖에 없다. 관장님의 큰 그림이신가. 내가 "하나!" 하고 앉았다가 "둘!" 하고 일어날 때, 딸은 "꺄르르" 웃으며 손을 뻗어 천장을 터치했다.
"천장 닿았다! 한 번 더! 또 한 번 더!"
천장 터치의 짜릿함에 중독된 관장님 덕분에, 나는 허벅지가 터질 때까지 강제 반복 훈련을 수행해야 했다. 내 허벅지가 굵어지는 건 나의 의지가 아니라 관장님의 명령 덕분이다.
유연성 스승님의 참교육
근력 운동이 끝나면 공포의 마무리 스트레칭 시간이다. 이 구역의 일인자는 단연 딸이다. 나는 뻣뻣한 통나무처럼 끙끙대며 허리를 숙이는데, 딸은 마치 연체동물처럼 다리를 찢고 몸을 폴더처럼 접는다. 그 모습을 보던 딸이 답답했는지 직접 나선다.
"아빠, 그렇게 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쭉쭉!"
딸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내 등을 꾹꾹 누르며 자세를 교정해준다.
"아악! 관장님, 살살요!"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관장님은 자비가 없다. 유연함만큼은 내가 평생 따라갈 수 없는 경지다.
매일 밤, 우리 집 거실에는 거친 숨소리와 아이의 웃음소리가 뒤섞인다. 비록 전문적인 기구는 없지만, 나에게는 매일매일 무거워지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엄격한 관장님이 있다. 이 관장님을 평생 번쩍번쩍 들어 올리기 위해서라도, 아빠는 늙을 틈이 없다. 오늘도 나는 딸을 등에 업고 바닥을 민다. 하나, 둘,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