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 배운 첫 번째 용기

출발선은 달랐지만 결승선은 같다.

by 포헤일리

헤일리는 이제 1학년의 대학생활을 보냈습니다.

그 1년을 보내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떤 도전을 했고, 어떤 성장을 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싱글리쉬입니다.

많은 한국의 아이들은 미국식영어를 공부하고 그 발음을 알아듣고 내 생각을 말합니다.

수업시간이 거의 토론 수업이다보니 다른 친구들의 말을 알아듣고 동의를 하던지 반박을 하던지 내 의견을 조리있게 잘 말해야만합니다.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싱가포르 아이들이기때문에 그 세계안에서의 의사소통은 싱가포르영어방식이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헤일리는 같은 말이라도 알아듣기가 어렵다고 합니다. 영어권 국가로 간다고하여 프랑스나 독일등에 비해 완전한 언어소통의 세계로 가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수업시간에는 모르는 단어도 많은 탓도 있겠지만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할때는 너무 떨려서 엄청난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도 싱가포르에 가보니 주문을하거나 호텔에서 직원과 이야기를 할때 알아듣기가 힘들때가 많았습니다.

지하철에서 서양인의 대화를 들으면 어찌나 잘들리는지 모릅니다.

헤일리도 마찬가지일듯합니다.

수업시간뿐만아니라 동아리 활동등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못알아들을때가 많으니 같이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친구들과 대화도 잘하고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던 아이가 싱가포르에서는 강제로 조용한 성격의 아이가 되어버려서 너무나 아쉽다고 합니다.


헤일리와 올해 여름방학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니 싱글리쉬가 여전히 적응이 안되지만 완전한 의사소통을 하고싶은 헤일리의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늘었다는겁니다.

조금씩 조금씩 익숙해지는 것이 본인은 여전히 계속 답답함을 느끼겠지만 1년이 지나니 그래도 조금 싱가포르인처럼 보인다는 것입니다.

자존감의 문제에 있어서 엄마로써 많은 걱정을 했는데, 자존감이 떨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감은 많이 떨어진듯합니다.

그래도 대학4년에 직장생활3년까지 적어도 7년을 살아야하는 싱가포르의 언어소통방식을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되는 것을 본인도 잘 알기때문에 "속상함"은 좀 있지만 적응을 해나가는 중입니다. 시간이 꽤 걸릴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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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는 우둥생들만 모인 곳에서의 멘탈 관리입니다.

싱가포르 학생들은 PISA(국제학업 성취도평가)에서도 항상 상위권을 차지합니다.

초등학교 졸업시험(PSLE)에 의해 향후 교육과정이 결정될만큼 어려서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유명합니다.

싱가포르의 나라 특성상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인재를 잘 길러서 경쟁력을 키우는 나라입니다.

특히 국립대학에 입학한 학생이라면 어려서부터 공부를 상당히 잘했을 것입니다.

헤일리는 이제껏 이렇게 모든 친구들이 똑같이 수업에도 열심히 참여하고 수업을 잘 이해하고, 그룹 프로젝트도 나서서 하는 이런 어벤저스급 멤버들 사이에서는 공부를 해본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룹 프로젝트를 하면 아무리 좋은 대학이라도 몇명쯤은 무임승차를 하려고할만한데 (할게 많기때문에) 거의 모든 학생들이 자기몫을 한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다고합니다.


사실 고등학교때도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지는 않았기때문입니다. 할것도 많고 해야할것도 많기에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몇명의 리드로 인해 어찌 어찌 잘 지나가는 경우도 많이 봤기때문입니다.


그러니, 어떤 것이든 내 몫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은 선별적으로 덜 열심히 하고싶고 좀 더 비중을 두어 공부하고싶은데

어떤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것으로 인해 스스로 나는 너무 부족한 사람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든다고 합니다.

기도 죽고, 말도 못하겠고, 미안하고...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고합니다.


1년을 이렇게 지내보니 헤일리는 1주일에 한번씩 엄마인 저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한주 동안의 어려운 점을 이야기하고 멘탈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제가 책을 항상 읽고 노력하는 이유가

헤일리에게 좋은 선배로써 조언을 해주고싶기 때문입니다.

단순하게 조언을 해주었다가는 오히려 "엄마는 감정적으로만 이야기한다." 라고 느낄 수도 있기때문입니다.

물론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힘을 얻기는 합니다만

아이는 제가 "스님" 같다고 합니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 답답할때 마음의 환기를 느끼게 해주는 조언을 해준다고요.

너무나 다행이긴합니다만, 언젠가 아이가 이것조차도 다 적응을 해서 단순한 웃는 이야기만 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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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는 비싼 물가로 인한 셀프 절약입니다.


헤일리는 외동아이라 대단하진 않지만 그래도 그 나이에 필요한 것들은 되도록이면 원한다면 할 수 있었습니다. 집안일도 잘 해본적이 없었고 먹는 것도 원하는 것으로 세끼 꼬박 꼬박 잘 먹었습니다.

세상에 공부만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유학을 가고나니 1학년부터 갑자기 낯선 이국땅에서 여러 문화의 친구들과 잘 지내야하는 기숙사에 살았습니다. 물론 다국적 친구들과 1년을 지내본 것은 지금도 너무 좋은 기회였고 기숙사에 나온 지금도 계속 따로 만나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기숙사의 크기는 정말 큰평수 한국 아파트의 욕실정도라고 보면 될듯합니다.

아주 작은 싱글침대에 작은 붙박이장과 책상이 합체된 구조였습니다. 물론 그 기숙사의 당첨도 너무 기쁜 상황이었고 단독방이었기때문에 그나마 6인실 기숙사를 쓰는 친구들에 비하면 너무 운이 좋은 경우였습니다.

기숙사는 여러 나라 친구들과 함께 지내기에 각자 삶의 방식이 다르고 각자의 개인 성향도 다르기에 함께 쓰는 공용 화장실이나 욕실, 거실, 부엌등은 이해하지 못할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합니다.

생각보다 너무 더럽게 쓴다던가 치우지않거나 특히 공용냉장고에 먹던 음식을 통에 넣지도 않고 그대로 넣어두었다가 다시 먹는 경우등 문화가 많이 달랐다고 합니다.

이런 것을 경험해본 것도 어찌보면 좋은 경험이기는 하겠지만 기숙사는 1년만 살아본 것만으로도 족하다고 합니다.


주거문제뿐만 아니라 비싼 음식비에 대한 것입니다.

말레이시아 조호바루만 넘어가도 싱가포르의 반값이 될 정도로 싱가포르는 음식물가도 비쌉니다.

학생이라 물론 좋은데를 가는 것은 아니지만 김치찌개를 하나 사먹어도 반찬까지 좀 나오는 한식당은 3만원이 훌쩍 넘는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권보다는 비교적 조금더 저렴한 편이지만, 그래도 한국 음식점 물가에 비해서는 1.5배 정도는 되는듯합니다.

그러니 좀 더 저렴한 것으로 점심을 먹고 저녁은 먹고싶었던 것을 먹고해서 하루에 2끼를 먹는다고 합니다.

더운 여름나라니 물도 많이 마시지만 음료수 브랜드가 워낙 많아서 음료수를 자꾸 사먹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음료수는 당이 첨가되어있기때문에 하루에 1잔만 마시기로 스스로 이젠 약속을 했다고 하네요.


그래도 건강식으로 먹고 하루3끼를 먹으며 청결한 집에서 생활하다가 스스로 밥을 사먹거나 해서 먹어야하고 청소를 해야하고 빨래를 해야하는 과정이 익숙치 않는 낯선 나라에서는 더욱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1년을 혼자 잘 살아봐서인지 2학년때는 청소도 빨래도 잘하고 장도 보고 .. 물가에 맞춰 절약도 하고 하고싶은 것, 먹고싶은 것도 잘 절제를 하려고 노력중인 듯합니다.

우선 순위를 두고 여러번 생각해서 꼭 필요한 것만 선택해서 소비하는 절제하는 아이가 스스로 되어가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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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는 취업에 대한 막연한 경쟁심리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경제 중심 HUB 국가로 많은 외국기업들이 있고

헤일리 학교의 학과 졸업생의 취업율은 거의 98%에 달합니다.

거의 모든 친구들이 취업을 할 수 있다고 보면 됩니다.


싱가포르 아이들은 1학년 겨울방학때부터 인턴을 하는 친구들도 생겨납니다.

2학년때부터는 부전공도 선택을 해야하기때문에 1학년때 이미 부전공에 대한 설명회도 여러차례 열고

상담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결정을 합니다.

이미 1학년부터 기업체와 함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도 합니다.

헤일리는 1학년이면 축제도 즐기고, 대학라이프, 동아리 등을 즐길 줄 알았는데

바로 취업을 준비해야하는 경쟁에 들어가게 됩니다.

하나씩 분명히 준비할 시간도 기회도 많습니다만

주변에서 알아서 척척 진행하는 친구들을 보면 조바심이 납니다.


봉사도 해외봉사를 해야하기때문에 봉사 신청도 치열한 과정속에서 제안서를 내고 면접을 봐서 들어가게됩니다. 해외봉사를 위해 한학기 동안 내내 시간을 할애하여 준비합니다.


"쉽게 뭐하나 되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는 동안 옆에 친구는 방학때 할 인턴 모집 지원을 수십개를 하고, 동아리 프로젝트도 함께 동시에 합니다.


헤일리는 수업 한학기에 4개 듣는것 만으로도 너무 벅차고 수업 따라가기도 힘든데 (중간 중간 과제도 많고 퀴즈에 발표가 많기때문입니다.)

다른 친구들은 어찌 저렇게 여러가지를 동시에 해내는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마음은 조바심이 나고 스스로는 부족한 아이로 생각이 듭니다. 자괴감이 듭니다.


하나씩 하면 됩니다. 분명 다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옆에서 앞서 나가는 친구들을 보면 그 누구나 마음이 조급해질 것입니다.


1년을 보내고 나니 스스로 다짐을 한다고 합니다.


" 저 친구들과 나는 출발선이 다르다. 하지만 결승선은 누구나 다 통과하고 일찍 통과하는 것보다 내가

성장해서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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