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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야겠다는 마음

나를 움직이게 하는 감정의 에너지

by 라온



2025년 4월,

어떤 평범한 하루.


이 계절이 좋아졌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예전엔 봄이 오면

괜히 더 우울해지고,

초록이 짙어질수록

마음은 더 무기력해졌는데.


계절을 뒤돌아 볼 새도 없이

늘 그렇게 마음만 분주했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체감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점점 다르게 다가왔다.


나를 밀어붙이고.

감정이 드러나지 않도록 꽉 눌러 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기력한 나 자신 때문에

늘 죄책감으로 하루를 낭비했던 시기가

상당히 길었더랬다.


감정이란 건 어차피 다 흘러가고,

그 감정이 지나간 자리에

언젠가 다시 내가 피어난다는 걸.

왜, 나는

이제야 겨우 알게 된 것인가.


허송세월하며

지나간 시간들이 몹시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다.


아니.

오히려 그 시간들이 감사하다.


스스로 그

'텅 빈 감옥'에서 빠져나온 경력자이니,

그때로 돌아간다 한들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니까.




나는 마음의 흐름을

억지로 막지 않게 되었고,

어떤 감정이든

있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슬픔 : 울게 내버려 두기.

기쁨 : 너무 오래 잡지 않기.

이렇게.


그렇게 살다 보니,

무너짐보다 복원이 더 빨라졌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분명히 달라져 있었던 거다.


달라짐을 느낀 뒤 어느샌가,

나는 마음속에 묻혀 있던

작고 따뜻한 감정 하나를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흐르는 감정 하나를 말이다.


수없이 휘몰아치는 파도 속에서,

“오늘은 움직일 수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신체적인 부분이던, 마음적인 부분이던.

그 생각 하나면 충분했다.


선택받은 감정은 아주 사소했지만,

꽤 훌륭하게 내 하루를 바꾸었다.

계획도 목표도

크게 달라진 것 없는 하루였건만,

그 하루가 시작된 날이

이토록 오래 기억에 남는 걸 보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변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있었던 게 아닐까.


결국,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 건

그런 감정이었다.

위대한 계기가 아니라,

말없이 스며든 체온 같은 감정 하나.


내 시간은 지금도 가끔 멈춘다.


하지만

멈춰 있는 날에도

스스로를 책망하지 않는다.

감정은 흐르고,

그 끝엔 항상 내가 있다는 것.

언젠가는 반드시 멈췄던 시간이

다시 움직인다는 것.

그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만으로도,

억겁의 시간 같은 하루가

썩 괴롭지 않게 되었다.




이 글이.

내 경험이.


차마 위로가 되진 못하더라도,

누군가와 함께 있어주기를.

누군가의 마음 옆에

오래 머물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

시끄럽던 당신의 마음이

유난히 조용하다면,

그건 다시 살아보자는 신호일 것이다.


그건

예전의 나를

지금 이 자리까지 데려다준,

'생각의 전환'임에 틀림없다.


조용히.

천천히.

그리고 내 감정이 흐르는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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