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태탕

기다림을 거친 한 그릇

by 굳데이

부산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을 거의 다 그곳에서 보냈다. 바다와 가까운 도시에서 자란 덕에, 식탁에는 늘 생선이 올랐다. 갈치, 고등어, 생태, 조기, 가자미, 대구…. 육류보다 생선을 더 자주 먹으며 자랐다. 시장에 가면 갓 잡은 생선들이 당연하듯 놓여 있었고, 싱싱함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 시절에는 생선이 귀한 음식이라기보다, 늘 곁에 있던 일상이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한때 흔하던 생선들이 지구 온난화와 어획 환경의 변화로 우리 바다에서 점점 자취를 감췄다. 이제는 수입에 의존하는 생선들이 늘었고, 가격도 자연스레 올라 ‘귀한 음식’이 되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생태 한 토막이, 요즘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 메뉴가 되었다는 사실이 문득문득 낯설게 느껴진다.


대학을 마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며 서울로 왔다. 여기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을 키웠다. 삶의 대부분이 그렇게 서울에서 흘러갔다. 처음 서울에 와서 시장을 둘러봤을 때, 부산에서는 쉽게 보지 못했던 '임연수' 같은 생선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간고등어, 동태처럼 냉동을 거친 생선들도 유독 많아 보였다. 싱싱함이 기준이던 나에게는 낯선 풍경이었다.


집사람은 시장에 가면 가끔 동태를 사서 동태탕을 끓였다. 생태에 비해 가격도 부담이 덜했지만, 무엇보다 냉동을 거치며 살이 단단해진 동태의 식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국물 속에서도 살이 쉽게 흐트러지지 않아 먹기 편했고, 맛도 과하지 않았다. 신선함 대신 안정감이 남아 있는 재료라는 인상이었다. 그래서인지 내 주변에도 생태보다 동태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직장 생활을 하던 시절, 근무지는 서울 시청 부근 을지로였다. 겨울이 되면 자연스럽게 동태탕집을 찾게 됐다. 얼큰한 국물 앞에 앉아 있으면, 하루의 피로가 조금은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먹었던 동태탕의 맛이 마음에 남아, 퇴직을 한 지금도 가끔은 옛 맛집을 찾아가곤 한다. 맛이 예전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시절에 왜 자주 찾았는지는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동태탕을 끓이게 되는 날은 대개 비슷하다.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날, 속이 허한 날, 혹은 해장이라기보다는 몸을 추슬러야 할 때다. 그럴 때는 자극적인 음식보다 따뜻함이 먼저 떠오른다. 오늘은 입에 확 오는 맛보다 몸을 가만히 감싸주는 국물이 필요하다고 느껴질 때, 자연스럽게 동태탕을 떠올리게 된다.


냄비 위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차곡차곡 쌓인다. 큼직하게 썬 무가 바닥을 채운다. 동태와 양파, 고추가 자리를 잡고 나면, 고춧가루의 붉은 기운 위로 된장의 구수함이 더해지며, 국물의 성격이 미리 정해진다. 불이 오르고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생선과 채소가 섞인 냄새가 천천히 퍼진다. 마지막에 쑥갓을 얹는 순간, 그날 먹을

겨울 국이 완성된다.








# 재료


동태 1,500g, 무 600g, 양파 1개, 대파 2줄, 청양고추 10개, 쑥갓 200g, 양념장(고추가루 6Ts, 다진마늘 4Ts, 국간장 4Ts, 멸치액젓 4Ts, 청주 2Ts, 된장 2Ts), 육수 1.4 리터(다시마 15g, 디포리 4개)



# 요리 과정


동태를 준비한다.


아가미, 내장, 지느러미, 비늘을 제거하고 여러 번 씻어 깨끗이 준비한다.


무를 약간 얇게 썬다.


양파를 크게 듬성듬성 썬다.


대파를 크게 썬다.


고추를 크게 썬다.


쑥갓을 2등분 해서 썬다.


양념장을 준비한다.


다시마와 디포리를 넣어 10분간 끓여 육수를 준비한다.


무를 넣는다.


동태를 무위에 얹는다.


양념장을 동태 위에 얹고, 양파와 고추를 넣는다.


뚜껑을 덮고 10여 분간 끓인다.


10여 분이 지나면 대파를 넣는다.


쑥갓을 얹고 한소끔 끓이고 마무리한다.


완성된 동태국







동태탕의 맛은 분명 얼큰하지만 과하지 않다. 기름기 없이 담백하게 매운 국물은 속을 자극하기보다 달랜다. 첫 숟갈을 뜨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누군가에게는 해장의 맛이고, 누군가에게는 집밥의 기억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겨울 그 자체일 것이다.


동태탕은 여러 세대를 연결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어릴 적 부모 세대의 식탁, 시장 근처 허름한 식당, 새벽에 문을 열던 동태탕집의 불빛까지. 화려한 요리들은 사라져도, 이런 국 한 그릇은 꾸준히 남아 있다. 대단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음식. 그래서인지 요즘 같은 때 더 자주 먹는다.



keyword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