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름의 단 꿈, 눈 떠보니 내 나이 여든이오.
눈을 감고 다시 한 번 젊음의 시네마가 흐르길 바라지만, 감긴 눈엔 크레딧이 오르길 시작했다오.
아직도 마음만은 패기 가득한 청년인데 거울에 비친 상엔 주름 살 가득한 노인만이 우둑허니 서 있구려.
그 괴리에 지금이 꿈이 아닐까 하는 앙증맞은 욕심을 품곤 한다오.
그대여, 그대는 어떤 삶을 살았는가.
젊은 날 인생에 대한 철학적 물음이 가득하던 시절, 이런 꿈을 꾼 적 있소.
한(翰)강 상류에 훨훨 날아든 씨앗 하나가 있었오.
그 씨앗은 강의 흐름에 도달하기 전에 생각했다오.
'나의 본질은 오대양을 유랑하며 세계의 모든 것을 알아가는 것. 끝내 고유한 진리를 머금고 토양으로 돌아가는 것'
원대한 포부를 곡피안에 고이 간직한 채 씨앗은 현실에 몸을 맡겼다오.
세상 천길 앞은 알아도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른다는 말마따나
고요할 것 같던 강 속은 이리 떼와 같이 흉폭하기 그지없었오.
거친 물살에 본질에 대한 목적의식은 제쳐두고 씨앗은 손을 휘젓고 발을 굴러 그저 살기 위해 애썼다오.
강에 잠겨 생을 다하기 직전 사력을 다해 물줄기를 잡아 올라선 곳은 지류의 끝자락, 어느 조그만 냇가였소.
적막한 산하, 보이는 것이라곤 울창한 나무, 그 아래로 그 흐르는 냇물.
고래와 같은 씨앗은 그곳에 뿌리를 내렸다오.
생각해 보시오
광활한 대륙의 기질을 품은 자가 고작 축구장 크기만 한 세상에 갇히게 된다는 게 상상이나 되시오?
그런데, 씨앗은 개념치 않고 작디작은 산천초목에 몸을 내던졌오.
이슬로 적셔진 토양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기지개를 켰단 말이오.
씨앗은 본능적으로 알았던 거요. 본질이란 허구라는 것을. 그리고 허구를 감싸고 있는 벽을 깨고 나와야 비로소 세계와의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본질이란 늪에 빠져 우리의 삶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곤 하오.
젊은 날의 내가 그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자네가 그러하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의 세계에서 유의 세계로 던져진 우린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 나가면 된다오.
정해진 틀과 만들어진 정답은 없소. 거푸집마저 인간이 만드는 것 아니겠소?
삶에 대한 정의를 정의 내리기 위해 각고했던 나날들을 추억하며 쭈그렁탱이 할배가 끄적여 보오.
그대여, 그대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And did it my 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