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해보다는 사랑해
<필요해 보다는 사랑해>
입을 쩌억 벌린 아기새같이
나는 사랑을 갈구했다
입을 열어 고작 말하는 건
필요해
빙 둘러 말하지만 결론은
필요해 필요해
사랑보다 먼저 말하는 것은
필요해 필요해 필요해
사랑이 쉽지 않다는 건
어린애보다 더 여리고 어린
마음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고쳐먹고
어미새처럼 사랑을 물어다줬다
아기새가 되어 입 벌리는 그에게
사랑을 물어다주며
사랑해
한 번 속삭이고
지금 먼저 떠오르는 말로
사랑해 사랑해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필요해, 가 아니라
사랑해,
너를 사랑하고
또 사랑해
처음에는 필요해라는 말이 사랑해보다 쉽게 나왔다. 사랑은 두려운 말이었고, 필요는 나의 솔직함이었다. 그 말속에 사랑이 숨어있었지만, 숨기기에는 너무 커다란 사랑을 나는 숨기려고 급급히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 게으르게 사랑을 숨기기보다는 표현하고 보여주는 것이 사랑임을 안다. 이제는 망설이지 않고 사랑을 전해준다.
무더운 떙볕이었다. 더위를 피하려고 올리브영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물건을 봤다. 많은 제품중에서 딱 한 제품이 눈에 띄었다. 워시오프팩에 클렌징 기능이 있는 비싸고 인기 좋은 제품을 보고, 그가 말했다.
“필요해?”
그 순간 나는 알게 되었다. 필요하다는 말이 얼마나 이상한지 말이다. 사람은 물건이 아니고, 내 사랑도 마트에서 팔 수 없는 것이었다. 사랑은 날것으로 주는 게 좋은 사랑이지만 내 사랑은 몇 겹의 포장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를 필요로 했던 것이 아니라 그와 같이 있고 싶었다.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하고, 거리를 걷고, 웃는 것은 필요해서가 아니라 사랑이었다. 필요보다 정확하고 간단한 표현은 사랑이었다. 필요는 이유가 덧붙여진다. 사랑은 이유가 없다. 나는 이유 없는 사랑을 이제야 이해한다.
예전에는 필요해라는 말로 내 마음을 포장했으나 지금은 돌려 말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보고 싶다.
그 말 그대로를 건네면, 좋아서 웃는 네가 사랑스럽다. 말이 없어도 전해지는 사랑이 있다. 눈빛만으로 존재하는 사랑이 있다. 아직도 믿고 있지만, 굳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숨길 것도 없다.
오래도록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곧 사랑이라는 착각. 하지만 그 말은 어쨌든 솔직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필요는 관계를 붙잡는 명분일 수는 있어도 관계를 깊게 하는 진심이 아니다.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니다. 필요하지 않아도 상대를 꼭 껴안아 주는 사랑이 지금의 내 사랑이다.
사랑은 필요해서가 아닌 그 사람이기 때문에 머무는 걸 나는 안다. 나는 이제 필요하다는 말 대신 사랑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말하려 한다. 필요보다 더 정확한 말이 사랑이고, 사랑보다 더 진실한 표현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