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롯이 너를 떠올리면 나는 생각들

사랑시를 쓸거에요

by 코알코알

오랜만에 사랑시를 써보았다. 항상 그 사람을 생각하면 많은 감정들이 떠오르곤 한다. 오늘은 그 마음에 대해서 써보고자 한다.


<혼자 선 전봇대 앞에서>


이 맑은 태양을 열고

해바라기처럼 웃는

너에게 다가가면

팔을 활짝 벌리고 섰다.


구름 한 점 없어

땀만 주륵주륵

내는 여름에


뜨겁게 열을 내며

서로 부둥켜 안으니

숨 쉬기도 힘든데


벗어나기 싫다

벗어나기 싫다

드는 생각에


우리는 우뚝 솟은

전봇대 앞에서


한참동안

부둥켜 안고 서있다.


<내 감정의 끝은>


당신이 허락한 만큼

더 가도 된다고 하면

파도처럼 밀려들게요


싫다고 한 적은 없어요

당신은 결코 사양하지 않아요


잠겨 일부가 되고

사랑한다는 말

귀에 밀려들어

가득하고,

가득차고.


눈도, 코도, 입도, 귀도

내 사랑으로

가득차고


모든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하루에 있는 모든 일도

어루만지고


밀려들고,

밀려들고.


당신은 내 안으로 걸어들어오고.


<만약 그렇다면>

만약

그럴 일은 없지만

아주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매일 같이 자던

침대에

나 혼자 일어나고


혼자

밥을 먹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할 사람이

없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현재에 대한 불만과

과거에 대한 애환을

혼자 안고 살아간다면


이런 일이 있다고 해서

불만을 가지고

지구를 향해

항의하듯

발을 퍽퍽 차듯이 굴러도


세상은 변치 않고

삶은 흘러가고

시간은 지나가고


어떻게 이런일이

어떻게 이럴수가


내 안에 화는 많고

그 화는 응어리지고

화가 내 삶을 누르고

(전혀 놓아주지 않고)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홀로 살아가는가

아무리 소리치고 외쳐도

답은 돌아오지 않고


삶은 흐르고

답은 없고

그래도 살아가야 하고


막막해서

눈물만,

눈물만.

눈물만...


삶이 고단해도

살아가야겠지


하지만,

너와 함께한 나날들이

추억들이


이상하게

너없이 안되겠다고

울부짖고 있어

(더 크게 울부짖어)


아마 너가 없이는,

죽지만 말고 살자

그냥 달력을 견디자


고요하게 불행하지는 않게

(그러나 행복하지도 않게)

살아갈지도 몰라


너는 이미 내 삶에

결핍이 되어

일부가 되어

묵묵히 존재해


말은 필요없어

나도 너와 마찬가지인

네 옆에 있을테니


<삶이>


삶이

어떻게 흐르든

상관없는 둘이 만났습니다

우여곡절을

겪더니

하나가 됩니다

시선은

서로를 보다가

같은 곳도 보고

서로 등 뒤를 봐주기도 하고

시선의 흐름으로

시간의 흐름으로

살아낸 두 삶이

엉키고 섥혀

전혀 상관이 없지는 않는

그런 삶이 되었습니다


<가득히 채우는 것에 대한 고찰>


방을 밝히는 것은

촛불이다

어두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삶을 가득 채우는 것은

기억이다

충실히 현재를 살면

얻을 수 있는 기억들

너가 오는 반지하 복도

나는 방안에서

너가 걸어오는 발소리로

가득차고


나는 피가 흐르고

피가 가득 고인 심장 하나를

가지고 있다

두근두근

내 몸 속을 가득 울리고

충만하고

가득하고

그래서 넘치는

인생을 같이 산다


<너의 부름으로 피는 봄>

너를 처음 본 날

햇살은 내 어깨에 사뿐히 앉고

그때부터 나는

꽃이 되었어

함께 웃으며

내 안의 겨울이 녹고

내 이름을 부를때마다

맑고 투명해지는 세상이

새로웠어

사랑이란 건,

무언가를 많이 받아야만

가득가득 쌓아야만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겼어

너를 만나고서야 알았어

사랑은 함께 있는 시간 속

조용히 피어나는 것이란 걸

비가 와도 좋고

바람이 불어도 좋아

연약해 보이는 사랑은

다시 살아나니까

너의 부름으로 시작된 하루,

이제는 너 없는 아침과 밤이

너무 낯설어졌어


<호랑나비>


저 날개짓에 담긴 마음은 무엇일까


그대가 아는 세상은 작열(灼熱)속의 녹음

흩날리는 꽃잎을 어지러이 흐느끼며

여름 한철을

이 아름다운 세상을

덧없는 삶을

스러질 찰나의 기억을

모두 품에 안고서

멀리 떠나가는 마음


호랑나비는 남자친구가 쓴 시이다. 호랑나비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며 쓴 글인데, 호랑나비는 겨울을 번데기로 나며, 여름에 깨어나 여름밖에 모른다. 6월부터 볼 수 있는 호랑나비는 여름에 태어나는데, 뜨거운 태양이 원래 그런 줄 알아서 뜨거운지 모르고 산다. 앞날을 모르고 살아가는 호랑나비처럼 살아가자는 따뜻한 시이다.

keyword
이전 06화사랑하는 만큼 노력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