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려 노력하다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요새 내 고민이다. 매일 그 사람이 일하는 술집에 가서 연습장에 글을 쓰며 기다린다. 오후 여섯 시부터 새벽 두 시까지 맥주를 줄줄이 시키다가 현재는 돈이 없어 근처 카페에서 때우다가 열두 시가 넘어가면 그 사람에게 간다. 방학 때는 이렇게 하지만, 학기 중에는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는 시험기간만 아니라면 간다는 것으로 답변을 한다.
나는 암기에 약한 편이다. 누군가의 이름을 외우지 못해 곤혹스러웠던 적이 많았다. 남자친구는 물고기를 엄청 좋아하는데, 물고기 이름을 언급하면 외우려고 노력한다. 외운 물고기 종류는 자그마치 50종류가 넘는다. 그 외에도 반려동물 키우는 것을 좋아해서 이름도 몰랐던 반려동물 이름을 외우기도 했다. 진짜로 동물을 언급하는 것마다 초면이다.
남자친구가 데려오는 반려동물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내 몫이 되었다. 여러 마리 데려왔는데, 나는 지어줬음에도 구분을 잘 못한다. 하지만 내가 지어준 이름도 기억하고 구분도 하는 남자친구가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
취미를 같이 하면 좋은 여친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전혀 관심이 없던 게임을 같이 하기도 하고, 롤드컵을 결승까지 같이 보기도 한다. 게임은 고일 대로 고여서 나는 아직도 롤에서 유미밖에 못 한다. 너무 힘들어서 그만하고 싶어도 그냥 남자친구가 좋아하니 게임을 같이 한다.
나는 남자친구의 세계에 이름을 외워가며, 이름을 붙여가며, 환호하는 순간에 함께 손뼉 치며 살아가기로 했다. 병이 있어도 누군가의 즐거움을 같이 기뻐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 기분이 좋다. 취향을 존중하는 것뿐 아니라 취향을 함께 공유하며 살아가는 것이 좋다.
조현병 환자의 평균 수명은 불행히도 일반 사람보다 15년에서 20년 정도 짧다. 이렇게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 이상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기다리며 사는 삶에 만족한다. 그냥 삶을 같이 보내는 그 자체로 따뜻하다. 착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보고 술집 알바생들은 남자친구를 부러워하곤 한다. 그런데 내가 기다리는 것은 그냥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선택과 투자를 한 거다. 쓸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짧다면 집중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
나중에 그 사람이 물고기 사업을 하면, 같이 도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알록달록한 물고기를 키우는 수족관을 하고 싶어한다. 남자친구는 시클리드 종류를 키운다고 했다. 말라위 호수에 있는 시클리드를 남자친구가 키우고 싶어 했다. 나는 속으로 생각할 때 물고기에 독이 있어 보여 별로긴 하지만 별개로 이뻐 보였다. 알록달록한 물고기들.
남자친구는 희생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처음에는 서로 희생하고 절절한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했았다. 하지만 이제는 알겠다. 사랑에는 희생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을 굳이 말로 하는 것이 별로였다는 것을. 사랑하면 마땅히 주는 것은 아니지만, 기꺼이 내어주고 싶어 한다. 계산하지 않고 따지지 않고 준다. 단지 희생이라는 말은 그 마음을 너무 무겁게, 게으르게 정의한다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