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시를 써봤습니다
봉인
그것은 행복을 위한 것은 아니다
푹 재운 간장에 갑각류가 있다
앞에서 으스대며 먹는것
곤란한 표정을 보며
부러워하는 표정을 보며
으적으적 먹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사랑은 함께 젖는 것
우산을 쓰지 않고
같이 뛰는 것
헤어진다면
각자의 길을 걷는다면
와그작와그작 씹어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행복을 위한 것은 아니다
남자친구는 갑각류 알러지이다. 생 갑각류를 먹지 못하는 남자친구. 하지만 남자친구가 어렸을 때는 갑각류를 먹을 수 있었다. 갑각류의 맛을 알고 있지만, 먹을 수 없는 몸인 남자친구를 보며, 간장게장과 간장새우를 봉인하며 쓴 시이다.
영원을 묻는다
하늘에 올라가서도
나와 살건가
다시 태어나도 정녕
나와 살건가
쉽게 영원을 약속하고
평생을 지금 이 시점에 묶는다
젊고 아름답던 시절
나는 그대를 사랑하고
피어나는 감정이
얽히고 섥혀있는 전봇대줄처럼
인연은 엮이고
삶은 흘러가고
유치한 질문이어도 우리는 모두 영원에 대해 말하고, 영원을 약속하지 않으면 삐진다. 솔직한 마음에 대해 쓴 시이다.
등나무
싸우는 걸로 오해하고 있었다
엎치락 뒤치락
으르렁댔다
살 맞대다 보면
기대고 사는 거지
사실 자세히 보면 둘밖에 없다
휘어지는 줄기
기다림과 인내로 만든
시원한 그늘
사람들의 응원속에
피어나는 보라색꽃
깊게 얽히고 섥혀
의존하며
하늘로 같이 올라가는
부부를 보며 쓴 시이다. 가끔 싸우고 으르렁대지만, 둘이 같이 만들어낸 그늘, 꽃에 대해서 썻다. 의존하며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그림자도 품어주는 사람
빛을 숭배하는 사람들만 가득하다
사랑하는 것은 햇살이다
하늘에 걸린 햇살을 만끽하는 사람들
빛이 있으면 따라오는것은 그림자다
외면하고 있지만
낮이 있으면 밤이 있듯이
밤이 있으면 낮이 있듯이
모든 일을 사랑할수는 없다고
사랑을 모두가 받을수는 없다고
누군가는 말한다
슬피우는 그림자를
안쓰러워 어미처럼 품는 사람이 있었더랜다
눈총을 받을까 무서워 숨죽여 우는 그림자
어깨를 다독이고
눈물을 닦고
꼬옥 끌어안아주면
시커멓기만 하던 그림자가
나를 따라오는 것을 그제서야 안다
끝없이 걸어오는 사람
걸어잠근 문
결코없는 움직임
나는
벽을치거나
스스로 문을 잠그는 사람이다
똑똑 두드리는
경쾌한 노크소리
너는
그런 나에게도
계속 노크하는 사람이다
말이 없는 나
말을 걸어오는 너
가까이 오지 말랬다가
울며 붙잡는 나에게
끝까지 머무르는
자유로운 새 한마리
참을성 많은 것이
어쩌면 사랑이다
알고는 있었으나
사라지지 않고 있는 너 덕에
조금씩
사라지지 않는 준비를 한다
나는 혼란형 애착이었다가 지금 남자친구를 만나며 안정형으로 접어들었다. 사랑받고 싶다는 몸부림에 호응해 준 남자친구가 고맙다.
소금꽃
무더운 목포의 여름
웃기게 흘리는 땀과
티셔츠 등판에 핀
동그랗고 흰 소금꽃
부끄러워하는 너와
한참을 웃던 나
밥이랑 먹어도 되겠다는
너에게서 간이 나온다는
말들을 실컷 늘어놓고
문득 드는 걱정
사람이 소금을 다 잃으면 죽는다면서
나는 너를 보며 자꾸 걱정이 되어 목이 메었어
살아있는 사람의 땀에서
소금이 나온다는게
이렇게 눈으로 보일줄은 몰랐지
남자친구의 티셔츠에 실제로 소금꽃이 폈다. 남자친구의 인권을 위해서 사진을 생략한다.
달맞이꽃
당신을 기억해서 향기를 온몸에 두릅니다
새벽이 오면 사라지는 향기가 되겠지요
만약 당신과 함께하는 밤이 오면
나는 창문을 열고 발끝까지 밤공기에 몸을 맡겨
당신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형광펜
중요한 문장에 밑줄 그으며
열심히 교수님 말씀 들어야지
고개돌린 그곳엔
너는 벌써 형광색
여러 시들을 써보고 남자친구에게 괜찮은 시가 있냐고 물었다. 다 괜찮다고 해서 그냥 전부 올렸다. 처음 써보는 시지만, 글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진심은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