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글 속에 존재하는 나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아무도 보지 않는, 오직 나만의 공간에서였다.
그곳에서 나는 털어놓지 못했던 감정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삶의 조각들을 조용히 꺼내 놓았다.
하지만 그 모든 조각들이 결국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앞에서 내 이야기를 드러내게 된 이유는, 나를 정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청각장애인이 곧 나였고, 청각장애인으로서 서비스직에서 일해온 나 역시 부정할 수 없는 나였다.
힘들었던 순간 속에서도, 그것이 나였기에 버틸 수 있었고, 극복해 낸 순간들 또한, 내가 나였기에 가능했다.
글을 통해 나와 대화하고 싶었다.
괜찮은지, 괜찮지 않은지
그리고, 괜찮지 않아도 되는 건지.
내가 지나온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게 되었고,
그 모든 감정이 곧 ‘나’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글은,
내가 나를 위로하는 가장 따뜻한 방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