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어설프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이유로 우울감에 사로잡혔던 시기가 있었다.
남에게 나를 말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글로는 이상하리만큼 쉽게 나를 설명할 수 있었다.
글을 통해 나 자신을 이해해 가는 동안,
조금씩 우울감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무너지는 건 중요하지 않다.
무너지고 난 다음이 중요하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처럼
그 끝에서 희망을 마주할지,
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함을 만날지는 모르는 일이다.
변하지 않는 현실과 싸울 필요는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자 깨달았다.
‘나는 나대로 괜찮은 삶을 살고 있구나.’
그 과정에서 만나는 모든 감정,
그 자체로도 괜찮았던 것이다.
그래서일까.
한때 나를 구했던 글쓰기가
요즘은 손에 잘 잡히지 않는다.
힘들었던 기억과 감정이 희미해지고,
지금의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어설프지만 그래도,
이 순간의 감정과 생각 또한 기록하고 싶다.
그러다 보면,
나의 좋은 이야기가 완성되어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