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과 도착 사이, 마음이 먼저 설레었다

길이 시작되기도 전에, 나는 움직이고 있었다

by Heartstrings

공항 대합실.
사람들의 발소리, 캐리어 바퀴 구르는 소리,
낯선 언어들이 섞여 들리는 그 소란 속에서
이상하게도 내 마음은 조용했다.


누군가는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나는 그냥,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탑승 시간까지는 아직도 한참 남아 있었고,
나는 창밖에 멈춰 있는 비행기를 바라보며
커피 한 모금을 천천히 마셨다.

지금 이 순간,
떠나는 것도 아니고, 도착한 것도 아니고,
그 사이 어딘가에 나를 잠시 내려놓은 기분이었다.

설렘이라는 건
언제나 큰 소리를 내며 오지 않는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온기,
가방 안에 조용히 넣어둔 책 한 권,
비행시간표 옆에 적힌 익숙하지 않은 도시 이름.

그 모든 것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나를 들뜨게 만들었다.

무언가 시작될 것만 같은 기분.
그것이 무엇일지 몰라도
나를 새로운 쪽으로 끌어당기는 기분.

사람들은 여행을 떠나는 이유를 묻지만
내 마음은 늘 그 질문 앞에서 말이 없다.

그냥…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숨을 쉬고 싶은 마음.
조금 더 자유롭고 싶은 마음.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마음 안쪽에서 서서히 피어오르는
그 설렘을 오래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진짜 설렘은 목적지에 있지 않다는 것을.


그건
출발과 도착 사이,
이 조용한 기다림 속에
이미 충분히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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