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중 집념 18화

한 여름밤의 꿈

by 로지

사랑할 때 내가 달라지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진 속의 나를 볼 때마다 여느 때와는 달리 살아있는 표정이나 미소 만으로도 행복한 모습이었다.

사랑이 주는 혜택인가 보다.

누군가에게도 늘 친절하고 밝은 모습인 나를 회사 안에서도 평가가 좋은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사랑이 주는 묘약이 분명하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 조금은 객관적인 자세가 생겨나나 보다.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생기는 요즘 보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도 알게 되는 시점이다.


누군가에게 생겨나는 아지랑이 같은 감정이 자라나서 그 사람을 위한 사람이 되려고 매우 애쓰는

내 모습이 생경하기도 했다. 나를 또 다른 나로 만들기에 가장 쉬운 일이기도 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건 어쩌면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거나 혹은 새로 만들어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내가 선택한 일이기에 잠시나마 숨을 고르고 나를 살펴보고 싶다.


여름휴가를 미뤄놓은 탓에 요긴하게 생긴 시간들을 사용해야겠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좋아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던 것마저 오산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모두 오류뿐인 것만 같다.

자꾸만 자책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지 않도록 나를 지키는 일을 서둘러야 했다.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고 그렇게 늦은 여름휴가를 시작했다.

묵언수행을 하듯 낯선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은 역시 그럴듯하다.

당장 어딜 가고 무엇을 먹고 그런 일차원적인 생각만 하다 보니 금방 하루가 지나간다.

긴장만 하던 생활을 버리고 떠난 또 다른 나의 모습이 반갑다.

오래도록 만나지 못했던 나였기에 한동안은 이런 나와 지내고 싶다.

지독스러운 꿈에서 깨어나 나를 마주하니 가장 필요한 건 햇살이었다.

이름 모를 공원에 가서 늦여름의 햇살을 듬뿍 받다가 나무사이로 드리워진 그늘을 찾아 앉고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을 담는 놀이가 가장 좋다.

카페인이 필요해서 허겁지겁 마시게 되었던 차가운 커피도 천천히 음미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웠나 보다.

입안에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도록 머금게 되는 커피맛은 사랑스럽다.

마치 입 안에서 부드럽게 날아다니는 천사의 느낌이다.

주인과 함께 산책을 나온 여러 종의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모습도 마냥 그림처럼 귀엽다.


해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아무 계획 없이 떠도는 시간들이 무척이나 소중하다.

진정한 휴식을 만난 것만 같다.

오래 걸어 부은 발과 다리가 불편하게 느낄 새도 없이 잠이 들어 일찍 깨어나 다시 맞는 햇살도 그저 반갑다.

마치 오랜 투병생활을 마친 환자가 다시 건강한 하루를 시작하듯 고요하게 활기를 얻는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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